[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 / '폭염'

[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 / '폭염'
역대 최고기온·최장기 열대야… 온난화의 서막인가
  • 입력 : 2014. 06.30(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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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이어진 지난해 7월 복사열로 이글거리는 제주시 아스팔트 위 횡단보도를 걷는 시민들. 사진=한라일보 DB

지난해 폭염특보·열대야 발생일수 기록
물과의 전쟁 등 제주도민 생활 큰 변화

지난해 여름 제주도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백록담뿐만 아니라 온 땅이 말라붙어 작물이 말라죽고 환자도 급증했다. 급기야 자구지책으로 제한급수까지 진행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폭염이 홍수와 낙뢰, 토네이도, 허리케인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낼 만큼 심각한 자연재해임을 일깨운 한해였다.

# 최장·최악의 기온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돼왔다. 바로 겨울에는 덜 춥고 여름에는 덜 더운 기후 덕분이다. 기온만을 놓고 보자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기묘사화에 연루돼 1520년(중종 15년) 8월 21일 제주에 유배돼 1년 만에 사약을 받고 죽은 충암 김정이 남긴 '제주풍토록'에 제주의 기온과 관련된 기록이 있다. "겨울철에도 때로는 따뜻하고 여름철은 간혹 서늘하나 변화가 무쌍하다." 1601년(선조 34) 길운절의 모반사건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안무어사로 제주에 파견된 청음 김상헌도 '남사록'에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다"고 제주도의 기온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도에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졌다. 7월 16일 제주도 북부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돼 25일까지 이어졌으며, 다시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제주도 서부 역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에 이어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폭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주도 북부와 서부에 8월 6일부터 18일간, 동부와 남부에는 8월 7일부터 17일간 각각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폭염특보 제도를 도입한 2008년 이후 최장의 연속 발효기간이었다.

폭염이 제주섬을 뒤덮으면서 역대 열대야 최다발생일수도 갈아치웠다. 지난해 제주시는 5월 12일부터 8월 25일까지 장장 44일째 열대야가 지속됐다. 역대 최장기록인 2012년 7월 21일부터 8월 22일까지 33일 기록보다 11일이나 길었다. 서귀포시에서도 7월 7일부터 8월 25일까지 49일간 쉬지 않고 열대야가 지속돼 역대 기록인 2012년 7월 22일부터 8월 20일까지의 30일보다 무려 19일이나 길게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연속일수뿐만 아니라 총 열대야 발생일수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제주시가 51일을 기록하면서 1994년 46일의 역대 최고기록을 5일 더 늘렸다. 서귀포시는 54일로 역대 최고기록인 2010년의 54일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 제주는 5월부터 찜통

제주지방기상청은 국가태풍센터와 함께 지난 5월 23일 2014년 여름철 기후 전망과 태풍활동 전망 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시 제주기상청은 올해는 지난해처럼 폭염이나 폭우가 나타날 가능성은 물론 태풍 빈도도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철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6월에만 평년에 비해 더운 날씨를 보일 때가 많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상청의 장기예보와 달리 제주도에서는 5월부터 열대야가 발생하고 낮 최고기온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올 여름 이상기온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 전조는 열대야로 먼저 시작됐다. 지난 5월 27일 밤과 28일 아침 사이 제주도의 최저기온은 25.6도로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5월에 열대야가 발생했다. 이때 낮 최고기온은 서귀포 30.4도와 성산 30.6도로 5월 낮 최고기온 극값도 경신했다.

당시 기상청은 남서풍이 한라산을 넘으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는 '승온효과'가 나타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열대야는 극심한 폭염과 함께 최악의 가뭄에 최장기 연속 열대야일수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한달 이상이나 빨랐다. 서해상에 저기압 중심이 위치하면서 제주도에 남서풍이 유입되고, 한라산에 의한 푄현상이 일어나면서 열대야가 일찍 찾아왔던 것이다.

# 폭염은 재난

폭염은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처럼 심한 경우에는 식수를 제한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농작물의 생육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파종기 농작물은 말라죽어 재파종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폭염이 한창 이어지던 지난해 8월 제주시 어승생 저수지의 물을 이용하는 중산간 11개 마을에는 격일제로 물이 공급됐다. 당시 장기간의 가뭄으로 50만t 규모의 어승생 2저수지 저수량이 1만1000t까지 내려간 탓이었다. 8월 6일부터 시작된 주민들의 물 확보 전쟁은 당시 4일간 한라산 윗세오름 지역에 300㎜가 넘는 비가 내리던 와중인 8월 23일 제한급수가 해제되면서 18일 만에야 끝이 났다.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에서는 특히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폭염이 지나간 이후 농작물 가뭄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결과 1367만㎡ 면적에서 당근·콩·더덕·밭벼·무·녹두 등 1238농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감귤원에서는 물차를 동원해 연일 물주기작업을 진행해야 했으며, 축산농가 중에는 물뿐만 아니라 에어컨까지 동원하는 사례도 있었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축사 출입문과 창문을 개방하면서 악취 민원이 빗발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다.

골프장에서도 잔디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활용하는 워터해저드가 바닥을 드러내 지하수를 끌어다 써야 했다. 단체생활과 급식이 불가피한 각급 학교에서는 감염병과 식중독 비상령을 내리고 예방과 방역을 위해 한바탕 소동을 치러야 했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 최악의 폭염을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정부에 농축산물 피해 확산 예방 및 피해복구를 위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및 추가 국고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폭염과 사망률의 관계]1도 상승에 사망률도 증가
폭염특보 발효 시 예방법 숙지…환자 피해 우려 땐 119에 요청


지난해 폭염특보가 발효된 6~8월 전국적으로 열사병과 열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자는 모두 1195명이 발생해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했다. 제주지역에서도 매년 폭염환자가 끊이지 않아 119에서 확인된 것만도 2011년 10건, 2012년 7건, 2013년 9건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6대 도시의 폭염과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 평균온도 1도 상승할 때 각 도시별 사망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의 엄청난 파괴력에 속수무책인 미국에서도 이러한 재난보다는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범지구적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보다 2배 더 기온이 상승해 오히려 폭염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폭염은 가볍게는 열경련과 열부종, 열실신, 열탈진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질환으로는 일사병과 열사병 등이 있다. 이러한 증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시원한 곳을 찾아야 한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상청에는 폭염특보 발효 시 다음과 같은 예방법을 권하고 있다. ▷야외활동 시간 줄이고 덜 더운 시간에 활동하기 ▷끼지 않는 헐겁고 밝은 색의 옷 입기 ▷체내에서 열을 발생하는 단백질 섭취 줄이고, 대신 탄수화물 섭취 늘이기 ▷갈증이 없더라도 물을 충분히 자주 마시기 ▷탈수 유발 알코올 음료 피하기 ▷햇빛에 직접적인 노출 피하기 ▷그늘 만들어주는 물품 챙기기.

올해 전에 없이 폭염이 빨리 찾아오자 제주소방서는 오는 9월 30일까지 여름철 폭염대비 구급활동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 구급대원에게 온열환자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고, 전 구급차량에 생리식염수와 얼음조끼, 구강용 전해질 용액 등 폭염 관련 구급장비 및 냉방기기 성능을 점검했다. 폭염에 취약한 독거노인가구 등을 지속 관리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에는 직접 방문해 맞춤형 관리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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