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중국을 말하다]제1부 교류의 시작과 미래-③아픈 역사를 넘어 평화를 꿈꾸다

[제주와 중국을 말하다]제1부 교류의 시작과 미래-③아픈 역사를 넘어 평화를 꿈꾸다
일제 침략으로 겪은 제주·중국 공동의 아픔은 진행형
  • 입력 : 2014. 07.14(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하늘에서 본 알뜨르비행장. 앞쪽으로 활주로가, 오른쪽 뒤로 산방산이 보인다. 이 비행장은 일제가 중국대륙 침략을 위해 1930년대 초부터 조성했다.

알뜨르 비행장 일대는 제주·중국의 아픈 역사현장
일제가 중국대륙 폭격 위해 1930년대 초부터 제주도민 등 강제 동원해 조성하기 시작
상해·난징 공습기지로 이용…수많은 인명피해 발생
과거사에 대한 양 지역의 교류 연구 협력 필요성


제주도와 중국 대륙간에는 교류의 뿌리가 깊듯이 공동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한반도와 중국대륙, 일본을 잇는 삼각지점에 위치한 제주도는 평화의 시기에는 문명의 교차로로서 역할이 부각된다. 하지만 제국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전쟁의 비극과 고통을 겪는다. 무엇보다 일제 침략으로 인한 아픔은 오늘날까지도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기원전부터 제주도와 중국간에는 다양한 교류와 표류·표착이 있어왔다. 그 가운데서는 전함도 표착하는 일이 일어난다.

6세기 후반 당시 수나라 전함이 제주도에 표착한 일이 벌어졌다. 서기 589년에 당시 수나라가 진나라를 평정하여 중국을 통일하였는데 전함 한척이 제주도에 표착한 것이다. 하지만 문헌자료의 빈약으로 인해 수나라 전함 표착 당시 정황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수나라 전선이 백제 국경을 거쳐서 가자 당시 백제가 이들에게 물자를 후하게 주어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탐라는 독자적인 지위아래 주변 여러 나라에 사신을 보내고 통상과 외교활동을 벌인다. 1105년 탐라국이 하나의 군으로 격하돼 고려에 편입되기 전까지는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활발한 교류가 이어진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아시아태평양 여러 나라는 식민의 아픔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의한 고통과 피해를 공통으로 겪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는 일제에 의해 중국대륙 침략을 위한 전쟁기지로 변한다.

제주도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이 곳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본토 결전에 대비한 비행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제가 처음 알뜨르비행장을 조성한 목적은 중국대륙 폭격을 위한 도항기지였다. 제주도를 중국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전쟁기지로 삼기 위해 마구 헤집고 대규모 군사시설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일제는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을 강제 수용하고 토지도 비행장 부지로 편입시켰다. 제주도민과 다른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군사시설 건설을 위해 동원됐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알뜨르비행장에 구축한 지하벙커.

알뜨르비행장에서는 실제 일제가 중국 대륙을 폭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제가 알뜨르비행장을 조성하기 시작한 시기는 1930년대 초반이었다. 중국대륙 침략을 계획하고 제주도에 비행장 조성에 나선 것이다.

1937년 8월 중일 전면전으로 확대되자 일제는 나가사키현의 오무라 항공기지에서 난징에 대한 폭격에 나섰다. 일제는 이 해양폭격을 '세계 항공전 사상 미증유의 대공습'이라고 발표할 정도였다. 해양폭격에 나선 전투기의 귀착지는 알뜨르비행장이었다. 이후 제주도로부터 난징공습은 36회, 연 600기에 달했다. 투하폭탄 총계는 300톤에 이를 정도다. 알뜨르비행장에서의 공습으로 상해와 난징의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알뜨르비행장 일대에는 이 같은 일제 침략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비행장에서부터 각종 지하벙커와 격납고 20기, 고사포진지, 통신시설, 길이 1㎞ 이상 되는 거대 지하갱도, 해상특공기지 등은 일제 침략의 산물이다. 제주도와 한반도, 더 나아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아픔과 관련된 역사현장이다.

220만㎡에 이르는 알뜨르비행장 일대의 군사시설은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태평양전쟁 관련 시설로서 세계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제주와 중국은 이처럼 일제 침략에 의한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731부대와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태평양전쟁 말기 제주도에 진주한 일본군 111사단 및 121사단에는 세균전부대로 알려진 방역급수부가 편성 주둔했다. 생체해부와 실험 등 반인간적인 만행으로 악명높은 일본군 731부대의 정식명칭은 관동군 방역급수부였다. 1938년부터 1945년 사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주둔한 일본군은 중국에 주둔한 731부대의 직접적인 참여와 지도아래 일련의 세균전 부대를 편성했다. 제주도에 세균전부대 편성은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일제 731부대의 반인류범죄를 영구히 기록하기 위해 731부대 터를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중이다. 2012년에 세계유산 등재 목록으로 확정 중국정부 주도하에 움직이고 있다.

제주도 알뜨르비행장 일대도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터여서 제주도 입장에서도 중국의 관련 유산과의 교류협력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매개로 한 제주도의 관련유적과 공동 연구와 교류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호 방문과 학술교류,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 여러 방면의 교류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아픈 역사를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한 양 지역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아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중국에게도 수많은 인명피해를 촉발시킨 일제의 침략현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에게도 역사교훈현장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경우는 매년 시민사회단체나 학술단체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평화학습여행을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중국 여행객들이나 학술단체 등의 관심은 덜한 편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자료나 가이드북 발간 등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러한 아픈 역사를 알리려는 노력을 통해 양 지역의 교류협력을 한 차원 높일 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87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