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절, 조선 500년을 이끈 일등공신"

"정절, 조선 500년을 이끈 일등공신"
이숙인의 '정절의 역사'
  • 입력 : 2014. 08.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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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 때 백제 사람인 도미 부인.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며 정절의 화신으로 회자된 인물이다. 부부가 살았던 지역이라는 충남 보령에선 '정절사'란 사당을 지어 매년 10월 제사를 지낸다.

도미 부인은 부귀영화를 헌신짝처럼 여기며 일편단심 한 남자만을 사랑했다. 도미 부부는 외부의 그 어떤 힘도 그 둘의 사랑과 절개를 깨뜨릴 수 없다는 굳건한 인간 사랑의 승리를 보여줬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도미 부부의 '서로 사랑'은 부인의 '일편 단심'으로 변주가 일어난다.

세종대에 제작된 '삼강행실도'는 그들의 이야기를 '도미의 처, 풀을 뜯어먹다'란 제목으로 '열녀도'에 실었다. 도미의 아내 사랑보다 부인의 정절 행각에 주목했다는 뜻이다. 남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죽음도 불사한 도미 부인의 용기는 남편을 위해 어떤 일이든 감당해야 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도미 부인의 후예들은 남편을 물어가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손가락을 자르고 허벅지를 뜯어내 남편의 병을 치료하고, 남편 원수를 갚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행위는 정절의 이름으로 칭송되고 선양됐다.

이숙인(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의 '정절의 역사'는 '정절'이란 키워드로 조선시대의 내밀한 역사를 살핀 책이다. 정치, 제도, 문화, 지식, 담론 등을 통해 정절의 실체를 규명하고 있다.

남녀의 문제와 부부의 문제가 결합된 정절은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상호 관계성의 개념이지만 조선에서는 여성 일방의 의무 개념으로 전개됐다. 신하의 충절과 아내의 정절이 한 쌍을 이루는 유교적인 정치 체제에서 정절은 가족을 유지하고 충절은 국가를 지탱하는 이념이었다. 조선 500년 역사를 통해 꾸준히 전개된 절부 발굴과 열녀 포상의 정책은 그 점을 말해준다.

지은이는 정절을 주제로 여성의 역사를 구상하면서 여성 그 자신의 말이나 글로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에 눈길을 뒀다. 간혹 여성의 삶과 경험이 반영된 말들이 있다 해도 가부장적 망으로 걸러지고 솎아져 있었다. 그래서 여성 정절과 관련해 드러나지 못한 다양한 사실과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개념이나 문자 너머의 것을 읽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가령, 정절 자살이 자발적 선택의 형태를 띠지만 정절을 강권하는 사회와 여성적 상황의 복합적 산물이라는 점에 눈을 돌리면 그 자살은 타살이 된다. 푸른역사.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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