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해 보였다. 제주도내 문화예술계의 중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나선 기자회견이었지만 '대안'은 없었고 그 자리에 '변명'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예총의 '미술대전 기자회견'이 그랬다.
제주예총이 바깥으로 나가 기자회견을 가졌던 사례는 드물다. 올해들어 제주도미술대전 이관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부풀어 올랐지만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지난 4월 30일 보도자료를 낸 일이 전부다. 이사회 직후 자료를 배포한 제주예총은 당시 "사진협회와 건축가협회는 2016년에 이관하는 것을 의견으로 제시했고 예총 이사회에서는 이관준비에 필요한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준비해 체계적으로 도미술대전이 이관될 수 있도록 잠정 논의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도미술대전을 미술단체(제주미술협회)로 이관해달라는 요구에 따른 답변이었다.
그동안 도미술대전 이관을 둘러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달 23일 심사를 마친 제40회 도미술대전은 파행을 불렀다. 제주미술협회, 제주대 미술학부 학생 등이 출품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터라 예견된 일이었다. 첫 전국공모였지만 도외 출품작이 전체 응모작 331점 중 7점에 그쳤고 한국화, 서양화, 판화, 디자인은 응모작이 5점도 안됐다. 조각은 전무했다.
흔히 '도전'으로 불려온 도미술대전은 그 이름처럼 제주를 대표하는 공모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성적표'는 도미술대전의 위기를 드러냈다. 10개 부문 중 사진, 서예, 문인화 등 일부를 제외한 응모작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 부문별 대상 제도 개편 등 공모전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도미술대전의 변신을 위한 논의는 제주예총이 아니라 바깥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도미술대전 이관을 공약으로 내건 제주예총 회원단체인 제주미술협회 집행부를 주축으로 도내 미술단체, 대학 등이 참여한 '도미술대전 이관 범미술인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들은 이관 당위성을 내세우며 공모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기간에 제주예총은 무슨 일을 했을까. 범미술인추진위원회가 임의단체여서 인정할 수 없다며 대화 제의에 불응했고 응모작이 전년보다 줄어든 일은 도미술대전을 보이콧한 제주미술협회 탓으로 돌렸다. 전국 공모를 처음 시작하면서도 정작 타 지역 응모자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제주예총 집행부와 미술협회를 제외한 회원단체장들이 얼굴을 내민 얼마전 기자회견은 도미술대전에 대처하는 예총의 자세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공모전 출품작이 무슨 이유로 줄었고 도외 응모작은 어째서 10점도 안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제주 대표 공모전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방안은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러면서 제주예총은 2016년에 도미술대전을 이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공모전의 권위는 전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공모전이란 이유 하나로 응모작을 불러모을수 없다. 전국적으로 미술 공모전이 넘쳐나는 때에 새로움과 공정함이 사라지면 한 순간에 추락하고 만다. 제주도가 한 해 6000만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공모전이라면 그만한 만듦새를 갖춰야 한다. 혹여 제주예총은 작금의 도미술대전이 위기인지를 모르는 것은 아닐까. <진선희 사회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