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계단 때문에…"<br>장애인 안중에도 없어

[현장 리포트]"계단 때문에…"<br>장애인 안중에도 없어
장애인 외면하는 금융기관 가보니
신축 건물 많은 연동 신시가지 금융기관 6곳 동행취재
대부분 심한 경사·휠체어 이용 힘들어 구조 개선 시급
  • 입력 : 2014. 08.28(목)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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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신시가지 일대 금융기관들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인한 결과, 경사도가 심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강경민기자

"계단 때문에…" 장애인은 안중에도 없어

"계단 때문에…." 27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모 N은행 정문 앞. 지체장애를 안고 있는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이성욱(32) 주임이 은행 출입구에 들어서려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에 들어서려면 바로 눈 앞에 있는 일곱 계단을 올라야만 했다. 결국 이 씨는 뒷문을 이용해야만 했다. 더욱이 뒷문으로 들어가려해도 차들이 빼곡히 세워져 있어 휠체어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편의제공 의무기관에 금융기관이 포함됐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법에도 장애인이 출입할 수 있는 모든 건축물의 주출입구에는 장애인 및 휠체어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현실은 갈길이 멀기만 하다. 본보는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이성욱 주임과 함께 신축건물이 많이 들어선 연동 신시가지 롯데마트 일대 금융기관 6곳을 돌며 장애인 접근권을 동행취재했다. 이 일대에는 N은행, J은행, K은행, S은행, Y은행, H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즐비해있다.

N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입구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경사도가 심하거나 폭이 좁아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하기에는 힘든 구조였다. Y은행의 경우는 가장 경사도가 완만했지만 출입구 유효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또한 은행들 안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휠체어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이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대부분 장애인 표시만 돼 있을 뿐 10cm의 공간을 확보한 정도였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의 설치 표준안을 보면 휠체어가 들어갈수 있도록 칸막이벽 돌출부 시작면으로부터 35㎝, 바닥면으로부터 75㎝이상의 공간을 마련토록 규정돼 있다.

이 주임은 "대부분 은행들이 규정에 미달된 부분들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며 "유니버설디자인 등이 도입돼 모두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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