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타고 넘은 여성의 이야기

나이아가라 타고 넘은 여성의 이야기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폭포의 여왕'
  • 입력 : 2014. 09.2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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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두 살의 애니는 운영하던 예절 학교가 문을 닫자 노후를 걱정한다. 애니가 생각한 방법은 특별히 제작된 나무통을 이용해 나이아가라 폭포를 최초로 타넘어 유명세를 얻고 돈을 버는 일이었다. 애니가 폭포타기에 도전한 해는 1901년. 대부분의 여성들이 전형적인 여성의 삶에 충실히 따랐을 시대다.

'주만지'의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신작 그림책 '폭포의 여왕'은 실존 인물 애니 에드슨 테일러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다. 폭포타기에 성공한 애니가 어떤 생을 살아가는지 좇으며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어렵사리 나무통을 제작하고 자신의 계획을 널릴 알릴 매니저를 구한 애니는 마침내 폭포를 타고 넘는다. 이제 애니의 삶도 안온하게 흘러갈 것 같지만 현실의 소용돌이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돈다. 강연회를 열지만 사람들은 늙수그레한 애니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강연회로 돈이 모이지 않자 매니저는 나무통을 훔쳐 달아난다.

결국 애니는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기념품을 팔며 살아간다. 낯설고 불편한 주인공의 실패담이다. 인생의 깊은 성찰은 바로 그 순간에 찾아온다. 애니는 말한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나무통에 들어가 폭포를 타넘은 사람에 대해 묻는다면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누구나 인정할 거예요. 나는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

나무통을 만들며 재료의 절단면을 확인하는 애니의 표정, 나무통에 기어들어가는 모습, 강물에 휩쓸리는 나무통 안에서 안간힘을 쓰는 애니 등 감정과 상황이 응축된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애경 옮김. 사계절.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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