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의 경계에 위치한 하논분화구는 규모면에서 한반도 최대이며 유일한 마르(maar) 분화구로 알려져 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원형이 훼손되고 있다. 항공 촬영한 하논분화구 전경. 사진=한라일보 DB
4조원 예산 투자·2600억원 지원 정부 난색 표출제주도정 일부 예산 반영 복원 시작 우선돼야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환경수도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각종 대규모 사업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의 환경 보전을 위해 제주 방문객에게 공항이용료 수준의 환경기여금을 징수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특별법 법률안을 마련하고 지난 1월 국회 법제실에 제출했다.
특별법안에는 세계 환경수도로 조성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도민을 제외한 제주방문객을 대상으로 제주 노선 여객기 또는 여객선 이용료의 2% 범위 안에서 환경기여금을 징수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기여금은 제주의 생물 다양성 증진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 훼손된 환경 복원, 환경 수용 능력 확충 등을 위한 사업에 사용토록 했다.
또 정부가 20년 단위로 제주세계환경수도 조성기본계획을 수립하고 5년마다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계획은 생태계·자연경관 보전 및 복원, 수자원 함양, 산림·습지 보전, 생활 안전관리, 대기·수질·토양 등 환경오염 통제, 자원 순환, 도시 경관, 교통 체계 개선, 해양 생태계 보전, 생태.문화 관광, 기후 변화 대응, 재생 에너지 개발 등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제주자치도는 당초 상반기내 입법을 예상했으나 약 4조원이 투자되는 예산 수반 등에 대한 정부의 반대로 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특별법 제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제주자치도는 환경기여금 징수 등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해 앞으로 대중앙 절충에 나설 예정이나 정부 부처의 전향적인 자세변화가 없는 한 난항이 우려되고 있다.
하논분화구 복원 시뮬레이션 모습.
#하논분화구 복원 표류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의 경계에 위치한 하논분화구는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보물이며, 지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논분화구는 규모면에서 한반도 최대이며, 유일한 마르(maar) 분화구로 알려져 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원형이 훼손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제주 하논분화구 복원·보전' 발의안이 IUCN 회원기관의 압도적인 99.3%의 찬성을 얻어 권고안으로 채택, 하논분화구 복원을 위한 단초가 마련됐으나 복원사업에 소요되는 2600억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강연호 의원은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에 대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이끌어내 앞으로 국가사업으로 반영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논리적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에 따라 하논분화구의 국가적 가치를 감안해 2012 WCC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대로 정부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접 복원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하지만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은 단시일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며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수반되는 장기 자연환경복원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제주도정에서 우선 일부 예산을 반영해서라도 첫삽을 떠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제주 환경수도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국책 사업과 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 특별법 제정이 표류하면서 제주자치도의 추진동력도 힘을 잃고 있다.
김명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제주가 환경수도로 가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중앙절충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