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된 어멍, 마음 울리는 피사체

바다가 된 어멍, 마음 울리는 피사체
준초이 사진 에세이 '해녀와 나'
  • 입력 : 2014. 12.1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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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서 보낸 1년간 기록
40년 사진인생서 만난 해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그들"

사진가 준초이(최명준). 제주에서 광고 촬영을 하던 2005년의 일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부근에서 준초이는 멀리서 들려오는 숨비소리에 이끌린다. 그 길로 제주도 동쪽 끝에 있는 섬, 우도에 들어가 8명의 해녀 사진을 찍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해녀와의 만남은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그 일이 있는 후 그는 틈만 나면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어느날 자신이 우도에서 찍었던 8명의 해녀 가운데 두 명을 제외한 6명이 모두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곧바로 우도로 향한다.

사진에세이 '해녀와 나'는 준초이가 우도에서 먹고 자고 밭일하고 사진 찍으며 해녀들의 친구로, 이웃으로 살았던 1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벽을 허물고 해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바다와 바람을 가늠하며 보낸 하루하루가 펼쳐진다.

"해녀들은 거대한 자연의 섭리에 맞춰 살아갈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받을 것은 받고, 포기할 것은 포기할 줄 안다."

우도와 해녀의 공통점은 아직까진 자연 그대로, 날것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법 없이 그것과 하나가 된다. 그래서 준초이는 풍경 같은 그 모습에 빠져들었다. 꾸밈없는 해녀들에게 원초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봤다.

사진 인생 40년의 준초이에게 우도 해녀는 그가 평생 염원하던 '마음을 울리는 피사체'였다. 해녀는 그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이 됐다. 해녀는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나다웠으면 하는 내 자신'이었다.

준초이는 '바다가 된 어멍, 해녀'라는 이름으로 내년 4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시작으로 브뤼셀 등지에서 사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남해의봄날.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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