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甲午年)도 보름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말띠해 중에서도 60년마다 돌아온다는 청마의 해로 행운을 상징한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는 그 어느해 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구글이 집계한 올해의 최고 인기 검색어로 '날씨'와 '세월호'가 꼽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월호'는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됐던 사회 관련 검색어로, 네이버 PC 부문에서는 검색횟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키워드이자 시사 분야 인기검색어로 뽑혔다. 현대인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날씨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월호가 올해의 키워드인 셈이다. 올 한 해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순간도 세월호였다.
세월호는 우리에게는 잊지 못할, 또 잊어서는 안될 '대참사'였다. 대한민국 전체를 슬픔에 빠뜨리게 한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4월15일 오후 9시 승객 476명(잠정)을 태우고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출항 이후 12시간 가량 흐른 이튿날 오전 9시를 전후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며 수학여행에 나섰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등 300여명이 사망·실종한 사건이다. 구조된 인원은 172명이었다.
이 사건으로 다시금 우리사회에서는 '지·못·미'가 회자됐다. '지못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줄임말이다. 대중문화사전에 기록된 설명을 인용하면 지못미는 좋아하는 대중 스타가 방송 중에 난처하거나 무안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열성팬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점차 가까운 친구나 소중한 대상이 굴욕적인 일을 당했을 때의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말로도 사용됐다.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소실됐을 때 인터넷에 올라왔던 "불타버린 숭례문… 지못미"라는 추모 기사 제목은 신세대적인 독특한 추모 방식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들이 하나 둘 들춰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는 또다시 네탓, 내탓하며 한바탕 몸살을 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발생해서는 안될 참사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살기 싫어지는 대한민국이 돼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는 반복되는 참사에도 정부의 대응은 무기력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안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는가 하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안행부의 재난관리 기능을 대폭 확대했으나 물거품이 돼 버렸다. 그리고 세월호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 해체와 함께 국민안전처 기구를 설치하는 등 '뒷북대응'을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이젠 정부의 무능을 탓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자기반성은 없고 네 탓만을 강조하는 우리사회가 더 큰 문제다. 따라서 어른들이 솔선수범하고, 모든 일에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대처하면 누군가의 부끄럽거나 민망한 과거를 표현할 때 쓰는 '흑역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2015년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가 아니고 같은 시대, 같은 곳에서 살아 행복하다라는 얘기가 넘쳐났으면 한다. <조상윤 경영기획부장·서부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