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안녕하십니까](2)열풍이 된 제주 이주

[제주살이, 안녕하십니까](2)열풍이 된 제주 이주
  • 입력 : 2015. 01.29(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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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예비 귀농귀촌인 체험 투어 참가자들이 감귤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서귀포시 제공

제주로, 제주로… 서귀포시 표선면 하나가 더 생겼다
작년 순유입 인구 표선면·대륜동 규모 1만여명
귀농귀촌 행보 증가 속 체계적 준비 상대적 부족

낯선 땅에서 새로운 날을 꿈꾸는 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직은 두려움 보다는 설렘의 감정이 더 큰 시간인지 모른다. 지난 28일 서귀포신시가지 서귀포시청 2청사 강당. 매실 농사를 짓고 보금자리를 건축했던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놓는 선배 귀농인의 강연을 듣는 수강생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농사를 지으며 난생 처음 겪었던 선배의 고생담은 이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됐다. 이따금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귀포시가 올해로 4번째 마련한 귀농귀촌 교육 현장이다. 강의실을 꽉 채운 교육생들은 어느 시절 신혼여행지, 수학여행지 등으로 발디뎠던 제주섬에서 이젠 평범한 일상을 일궈가길 희망하는 이들이었다.

▶예비 체험투어하는 육지사람들=지난해 11월,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육지'사람들이 제주를 찾았다. 서귀포시 예비귀농귀촌인 체험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료 등 교통비만 부담하면 2박 3일 체류비는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자는 92명이었고 세 차례로 나눠 투어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서귀포 일원을 돌아보고 먼저 제주에 정착한 귀농귀촌인이 운영하는 농장을 방문해 감귤따기를 체험했다. 귀농귀촌 사업 설명을 듣고 선배 귀농귀촌인과 만남도 가졌다.

예비 투어 참가자 중에는 서울 등 대도시 거주자가 80.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령대는 50대가 35.9%로 다수였고 40대 25.0%, 60대 이상 22.8%로 나타났다. 직업을 보면 무직이 26.4%로 가장 많은 비율을 보였고 전문·기술직 24.2%, 사무직 15.4%, 자영업 12.1% 등이었다. 귀농귀촌 후에는 감귤재배를 희망하는 사례가 23.1%로 가장 많았고 창업 등 자영업 22.0%, 관광서비스업 20.9%로 조사됐다.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염색교육.

▶정보 얻기 위한 사전 방문 절반=제주 이주는 어느새 열풍이 된 것 같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4년 국내 인구 이동 통계'에서도 지난해 제주 지역 순유입 인구가 1만111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 진학이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 등으로 향하는 제주 사람들보다 제주에 살겠다며 섬으로 찾아드는 이주민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8만1396명이 제주를 떠났지만 그보다 많은 9만2508명이 제주로 왔다. 순유입 인구로 치면 작년 한해 제주도에 서귀포시 대륜동이나 표선면 규모와 같은 마을이 하나 더 늘었다.

하지만 제주 이주 '현상'에 비해 그에 대한 준비는 치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서치에이플러스(대표 안순화)가 서귀포시 도시민유치지원센터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제3기 서귀포시 귀농귀촌인 교육 모니터링 보고서'(2014년 12월)에 따르면 과거 귀농귀촌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서귀포를 방문했던 경험을 가진 응답자는 46.3%로 전체의 절반에 못미쳤다. 사전에 뚜렷한 계획을 세우고 귀농귀촌 등 이주를 결정했다는 답변 역시 42.9%에 머문 반면 '계획이 없다'(32.7%), '교육수강 등을 통해 추후 결정하겠다'(19.7%)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몇 년간 제주생활을 겪은 후 경제적 문제 등으로 '역이주'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와 달라=서귀포시에는 상담원 1명이 상근하고 있는 도시민유치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엔 하루 평균 10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서귀포 지역 귀농귀촌을 상담받기 위해서다. 상담자들은 대부분 귀농귀촌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지원 정책은 어떤 내용이 있나 등을 묻는다. 그중엔 막연하게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서귀포의 아름다운 환경을 이주의 첫째 이유로 꼽는 만큼 제주살이도 그만큼 풍요로울 것으로 기대한다.

고명희 도시민유치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이국적인 풍경에 반해 제주 생활에 환상을 가져선 안된다"며 "가족끼리 충분히 의논한 후 제주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계획을 세우고 와야 정착하기 쉽다"고 말했다. 지역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주해야 그만큼 적응도 쉬워진다는 말이겠다. 제주 이주는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가 아니라 제주도민이자 생활인이 되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귀농귀촌에 동의했나요
제주 이주전 이것만은 꼭 체크를
온라인 등 활용하면 다양한 정보

그대,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는가. 그 바람을 현실로 옮겨놓기 전에 점검할 일이 있다. 저지르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이 처한 여건을 냉정히 돌아보자는 말이다.

제주도가 귀농귀촌인 희망자들에게 권하는 체크리스트를 소개한다. 크게 여섯 가지로 ▷가족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한 동의가 있었는가 ▷최소 2~3년간 아무런 소득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확보했는가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정보가 부족하지 않았는가 ▷귀농귀촌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제주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인생의 항로를 찾아보겠다며 귀농귀촌을 추진한다면 사전에 농업 관련 기관이나 귀농 경험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보자. 소규모 영농으로 텃밭을 재배하거나 주말 농장 운영을 통해 영농의 어려움과 시행 착오를 미리 체험해보는 일도 좋다. 이때 부부 등 배우자의 참여가 귀농귀촌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가족과 충분히 의논한 후 시행해야 한다.

귀농한다면 적성, 기술 수준, 자본 능력 등에 적합한 작목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에서 진행하는 귀농자 교육 프로그램이나 현장 체험, 농가 견학 등을 통해 영농 기술도 익혀두자.

정착지를 물색하는 일도 중요하다. 자녀 교육, 생활 여건, 하는 일 등에 적합한 정착지를 찾아야 한다. 주택의 규모나 형태 역시 최소 3~4군데를 돌아보고 비교하며 선택하는 게 낫다.

제주지역에서는 현재 안정적인 제주 정착을 돕기 위한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이 기관별로 운영되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귀농귀촌 교육을 비롯 도시 직장인 야간 귀농교육, 친환경·약용작물 재배 교육, 농산물 가공 창업지원 교육, 품목별 기초교육과정 등을 개설해왔다. 서귀포시는 귀농귀촌교육을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심화과정과 창업 연계과정도 별도로 이어간다. 농협에서도 귀농귀촌 교육이 마련된다.

제주정착정보를 담은 포털사이트 '제주살기(http://jejulife.jeju.go.kr)'를 찾으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취업과 창업, 육아와 보육, 제주정착 이야기, 이주민 카페 소개 등을 모아놓았다.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 통합농업교육정보서비스(www.agriedu.net), 천안연암대학 귀농지원센터(www.uiturn. com), 농촌진흥청 사이버농업인대학(hrd.rda.go.kr)을 통해선 온라인 귀농교육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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