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리 유적 마을 주민들 사유재산권 침해 호소

고산리 유적 마을 주민들 사유재산권 침해 호소
보존구역 1구역에 감귤하우스 지은 두 농가 원상회복 명령받아
유산본부 "현상변경하면서 국가유산청 허가 안받아 법 위반"
농가들 "건축물 아닌 농사용…보전구역 안내문도 없어 답답"
  • 입력 : 2026. 04.01(수) 19:05  수정 : 2026. 04. 01(수) 19:24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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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구역)에 현상변경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고 감귤하우스를 설치했다 원상회복 명령을 받은 농가. 문미숙기자

[한라일보]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주민들이 마을 내 고산리 유적으로 수십년 동안 사유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보존지역 1구역(개별검토)에서 건축물·시설물을 설치하려면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고액을 투자해 농업용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원상회복(철거) 명령을 받는 상황을 맞았다. 대부분이 고령층인 주민들은 1구역에는 행위 제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 충분히 알렸어야 하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 고산리 유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으로, 1998년 12월 사적 412호로 지정됐다. 지정 구역은 9만8456㎡로, 지정구역 경계로부터 500m 이내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다. 보존지역은 가장 엄격한 제한구역인 1구역과 고도제한 구역인 2-1, 2-2, 2-3구역으로 나눠졌다. 1구역은 건축 등 모든 개발행위 때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의 개별심의를 받아야 한다.

1구역의 각 2필지에 감귤하우스를 설치한 두 농가는 지난해 12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행정명령(원상회복) 처분사전통지서에 이어 지난달엔 5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서를 받았다. 비닐하우스를 무단 설치하면서 행정처분과 함께 수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다.

강 모(70)씨는 2024년 하우스 11동(약 4200㎡)에 천혜향 850그루를 심었다. 강씨는 "브로콜리 농사를 짓다 기후변화가 심하고 돈도 안돼 아들과 만감류를 재배하려고 2024년 천혜향을 심어 자식처럼 키워 내년부터는 일부 수확을 앞두고 있다"며 "하우스 설치와 묘목 구입비로 6억원 가까이 투자했는데 하우스 철거 명령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구역)에 현상변경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고 감귤하우스를 설치했다 원상회복 명령을 받은 농가. 문미숙기자



고 모(59)씨는 바로 인근 농경지에 지난해 2월 9동(약 3100㎡)의 하우스를 짓고 한라봉 560그루을 심었다. 농어촌진흥기금 대출을 받아 토지 매입과 시설비, 묘목 구입에 6억원을 쏟아부었다.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기 전에 한경면에 비닐하우스에서 만감류를 재배하겠다는 영농계획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고씨는 면으로부터 유적 보존지역과 관련한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고씨는 "대학생인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설치한 하우스를 철거하게 되면 가족이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이 두 농가는 1구역에서는 비닐하우스도 허가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거의 없는 게 고령화가 심각한 고산리 마을의 현실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법 위반이지만, 건축물이 아닌 농업용 하우스까지 문제가 되리라곤 생각 조차 못했다. 보존구역 별 허용 기준을 아는 주민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세계유산본부는 고산리 유적 보존지역에 대한 관리 미흡을 인정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시의 신고로 두 농가의 비닐하우스를 현장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비닐하우스도 확인한 상태다. 앞으로 전수조사할 계획으로, 개별검토 없이 하우스를 설치한 농가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보존구역이 넓고, 농사짓는 분들이 대부분인 지역인데 관리가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앞으로 리사무소 등에서 보존구역도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일정 구역엔 역사문화환경 보전구역이라는 안내판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유산청에 확인 결과 고산리 유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1구역 일부를 2-1구역으로 완화한 2023년 12월 18일 이후 현상변경 허가 신청은 모두 4건이다. 농업용창고를 신축하는 1건은 부결됐고, 18㎡의 가설건축물(농막) 1동을 설치하는 3건은 3년 간 임시허가하고 허가기간 만료 전 재허가를 얻는 것으로 조건부 허가했다. 국가유산청은 "현상변경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유산에 미치는 영향과 시설물 규모, 위치 등을 종합 검토해 허가 여부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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