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끝과 시작
  • 입력 : 2015. 02.16(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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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후략.

초등학교 졸업식때 부르는 노래였다. 요즘에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흘러나오는 졸업식 노래는 좀 더 센티멘털하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음악 속에 묻혀 지내 온 수많은 나날들이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됐네" 중략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을 찾아서 떠나야 해요". 015B가 불렀던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였다. 후배가 자녀 졸업식에 다녀온 얘기를 SNS에 올리면서 이런 노래가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올해 각급 학교의 졸업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내일(17일) 제주대학교가 대미를 장식한다.

졸업은 끝이자 시작이다. 고학년이던 졸업생들은 입학과 함께 곧바로 새내기가 된다. 초·중·고교생에 국한된 얘기일 수 있다. 대학졸업반은 상황이 다르다. 졸업과 함께 취업이 이뤄진 이들에겐 직장 새내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겐 새내기라는 단어는 '희망사항'이다.

도내 한 대학의 총장은 졸업식에서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도전하고 준비해야 하는 출발점이다. 매사에 성실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말 뿐인게 현실이다. 취업을 위해 졸업도 뒤로 미루는 시대가 아니던가. 얼마전 아르바이트 포털에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졸업유예'와 관련해 실시한 설문에서 구직자 10명 중 3명이 졸업유예를 한 적이 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를 묻자 '취업에 실패했기 때문에'라는 대답이 28.4%였다. '이미 졸업한 이들에게는 인턴 등의 기회가 줄기 때문에'라는 응답도 27.7%에 달했다. 어학공부·자격증 취득 등의 취업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가 22.1%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 진로 미결정(18.5%), 해외어학연수(3.2%) 등의 의견이 있었다. 졸업을 유예하기 위해 '졸업연기 신청'(32.7%), '이수학점을 채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적게 들었다'(31.8%), '이수과목 철회'(15.2%), '졸업논문 미제출'(11.1%), '졸업기준 미달(토익성적, 자격증 등)'(6.9%) 등의 방법을 쓴 것으로 답했다.

어두운 얘기는 또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 1월 청년 실업자는 39만5000여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만4000여명, 작년 1월에 비해선 2만3000여명 늘었다. 청년실업률도 지난해 1월 8.7%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한 9.2%를 기록했다. 취업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고용안정대책은 여전히 책상위에서 숫자놀음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라는 얘기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되고 있어 더 이상 충고가 되지 못하고 있다.

졸업은 축하받는게 아니라 위로받는 것 같아 더욱 슬프다. 취업 못한 이들에게 올 설 연휴는 왜 그리도 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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