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듀크 전력이 직원 채용과정에서 자격요건으로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학력(고졸)과 일정 수준 이상의 IQ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대법원은 듀크 전력이 요구한 자격조건인 학력이나 IQ점수가 중립적인 기준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기준이 특정한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동시에 그러한 기준에 의해 선발되는 자격조건이 직무수행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자격을 요구하는 것은 고용차별이라고 판결했다.
이러한 판결을 한 배경은 인종 중립적인 요건인 학력을 요구하였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흑인은 백인보다 교육기회가 적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흑인 지원자 개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법원은 통계적으로 현저하게 불균등함이 나타날 때 차별 혐의(嫌疑)가 있다고 판단하여 미국 공민권법 제7편에 통계적인 불균형 자체만으로 차별 혐의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불평등 효과(不平等 效果)'이다. 현재는 표면상 중립적인 원칙이나 기준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과거 차별의 누적으로 인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그러한 기준이나 원칙은 차별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중앙 관련 기관에 이력서를 넣을 일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지원하였고, 그 분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 나의 이력은 매우 초라했다. 일단 학력부터 차이가 났고, 사회 활동에서도 많은 차이가 났다. 주변에서 스펙(specification) 차이로 인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사회 여성장애인의 교육수준이 초등학교 이하가 62.3%로 많은 여성 장애인들이 정규교육에서 제외되어 왔고, 중증 장애인들은 실력과 상관없이 면접에서 대학 입학 거부를 당한 시절을 살아왔다. 그러기에 통계적으로 비장애 여성과 장애여성을 비교하여 보면 현저하게 학력이 불균등하다. 그래서 당연히 스펙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비장애 여성과 동등하게 대졸이라는 학력을 요구할 때 과연 여성장애인들은 몇 명이나 지원할 수 있을까?
내가 근무하고 있는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상근 활동가 조건도 대졸이상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나처럼 중중여성장애인이 소장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장애인 상담소에 한 명 더 채용할 수 있는 인원에서는 여성장애인으로 하고 고졸 학력을 인정하여 채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전국에서 요구하였으나, 비장애인과의 형평성 때문에, 전문성 때문에 관철되지 못했다. 우리는 이것을 불평등 효과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권활동가로 차이로 인해 차별을 받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을 도와주면서 이러한 불평등 효과가 제도 안에서 녹아들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낄 때가 많았다.
평등권(平等權)이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 받지 않는 권리이다. 이러한 평등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눈으로 보이는 다양한 차이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형성된 통계학적 차이까지도 차별 받지 않는 불평등 효과를 담보할 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불가침의 권리가 보호되고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평등이 실현되어 인권 체감 온도는 상승될 것이다. <김경미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