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누비며 보물처럼 자석 찾기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는 격언에도 '무소유'를 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을 얻는 데에서 생기는 만족감은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러한 욕구가 반영된 취미가 '수집'일 것이다. 왜 그들은 '그것'을 모으기 시작했을까.
▶"가난한 집안… 뭐라도 모아야 했죠"=박윤관(57)씨의 취미는 우표 수집이다. 사실 취미라기보다는 직업에 가깝다. 그 역시도 "열살 때부터 '올인'했다"고 말할 정도다. 박씨는 현재 제주시 일도동에서 제주 우표사를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 집이 가난했습니다. 저축을 하거나 뭘 하든 제대로 모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표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수많은 종류를 모으다 보니 이제는 몇 장인지도 셀 수 없죠."
그는 우표를 예술작품에 비유했다. 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종이에 한 나라의 정치, 문화, 사회까지 모든 게 다 표현돼 담긴다는 것이다.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수집을 넘어 창작도 가능하다고 박씨는 말한다.
"예를 들어 제주의 문화재를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고 하면 여러 가지 우표를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해야죠. 국보급 문화재냐, 자연문화재냐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그에 대한 설명도 따로 해줘야 합니다. 우표만 수집하는 게 아니라 연구를 하는 거나 다름이 없어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죠."
▶세계 각국 누비며 '자석 찾기'=서미라(29)씨는 언제부턴가 자석을 모으기 시작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 인도, 홍콩, 태국, 터키, 싱가포르 등 해외 여행을 갈 때마다 사놓은 자석은 집안 냉장고 한 면을 차지할 정도로 모였다. 이렇게 모인 자석은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터키를 여행할 때의 일이에요. 기념품 가게에서 자석을 열심히 고르고 있었는데 실수로 3~4개를 깨뜨려 버렸죠. 혼자 당황해 하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괜찮다'며 제가 산 자석 가격만 받더라고요. 아직도 그 자석을 보면 그때 일이 생생해요."
이제는 자석만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기도 한단다. 그는 "여행지에서 재래시장이나 관광지에 들를 때면 일부러 자석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며 "지금까지 모은 자석을 보고 있으면 뿌듯해 진다. 그래서 보물 찾기처럼 계속 모으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