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 구워진 흑돼지에 멜젓을 더하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송은범기자
연탄 특유 불맛과 고기 육즙 환상조합셀프바 운영… 신선한 야채 마음대로질좋은 고기 위해 전용 저장고도 갖춰
외식, 회식, 캠핑에 나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메뉴는 삼겹살이다. 고기에 대한 한이 맺혀 있는 것도 아닌데, 못 먹고 사는 사람들도 아닌데, 한국 사람들은 집만 나서면 고기 먹을 생각을 하고 그것도 꼭 연기 피워가며 구워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돼지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다. 얇게 썬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기는 두툼해야 제 맛이라는 사람도 있다.
초벌구이를 하는 현상진 사장.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 위치한 '뚱삼춘연탄구이'는 두껍게 자른 목살과 오겹살을 연탄불에 구워먹는, 문을 연지 1년밖에 안된 당찬 근고기 연탄구이 맛집이다.
흔히 근고기라 하면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한 근, 두 근할 때의 단위를 생각하겠지만 여기에서의 '근'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의 갈비, 목살, 오겹살, 안심, 등심 등 고유 부위에서 아주 두껍게 잘라낸 고기를 근고기라고 한다.
제주산 근고기와 깡통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연탄의 불맛이 더해진 뚱삼춘연탄구이. 오후 5시, 이른 저녁인데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가게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다.
"어떻게 주문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종업원이 손으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가리킨다. "흑돼지 600g과 백돼지 600g이 기본 메뉴 입니다. 추가하실 때는 1인분 주문도 가능합니다".
흑돼지 600g을 주문하자 주문된 고기가 초벌구이용 연탄불 위에 올라갔다. "고기가 두꺼워 초벌구이에 약 15분 걸리니, 혹시 추가 주문할 때는 미리 주문해달라"고 종업원이 알려줬다.
또다른 인기메뉴 김치찌개.
15분동안 고기 굽는 냄새만 맡아야 하다니 참 기나긴 15분이 될 거 같다. 드디어 노릇노릇 구워진 흑돼지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살코기는 어느정도 익었지만, 비계부분은 아직 생고기 그대로다. "비계부분까지 익히면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테이블로 옮겨진 후에도 종업원이 화려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빠르게 뒤집는다. 먹기 좋게 익은 살코기를 그릇에 얹어주며 종업원이 말했다. "깔끔하게 소금만 찍어 드셔도 되구요, 제주도 전통 멜젓소스를 찍어서 드셔도 됩니다. 멜젓은 조금 비릴수 도 있습니다." '육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듯 멜젓에 밥도 비벼먹는 기자에게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릇에 올려진 따끈한 고기를 멜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연탄 특유의 불맛과 씹을때 마다 나오는 육즙이 입안을 가득 감싼다. 15분의 기다림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반찬이나 야채가 떨어지면 가게 안에 있는 셀프바를 이용하면 된다. 밑반찬은 물론 갖가지 싱싱한 채소들을 마음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신선한 채소와 반찬들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셀프바.
이곳의 또 다른 인기메뉴는 바로 김치찌개다. 고기 먹을때 된장찌개를 찾는 사람도 많지만 이곳 김치찌개는 밥이나 소주와 궁합이 잘 맞아 떨어져 인기가 많다. 제법 양이 많은 큼직한 돼지고기와 적당히 익은 김치의 조화가 환상이다.
주인장 현상진(34)씨는 "가게 문을 열면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기의 질'"이라며 "이를 위해 고기 전용 저장고를 마련하는 등 지금도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흑돼지(300g) 2만6500원, 백돼지(300g) 2만500원, 김치찌개 7000원, 된장찌개 30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찾아가는길.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7-2(한도로 124), 전화 064-782-9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