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2부. 원고엔저의 침체 늪](2)일본인 관광객 급감

[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2부. 원고엔저의 침체 늪](2)일본인 관광객 급감
높아진 한국 여행가격에 중화권·유럽으로 발길 돌려
  • 입력 : 2015. 04.13(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약 3000년 전 일본 하코네화산의 마지막 폭발로 만들어진 오와쿠다니(大通谷)는 유황 냄새와 하얀 연기로 뒤덮여 에도시대까지만 해도 대지옥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유명 관광지로 성장했다. 표성준기자

외국인 관광객 급증 불구 일본인은 줄어
제주방문 日관광객 10만명대 벽 무너져
해외여행 선호도 조사도 후순위로 밀려

제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엔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는 원화 가치는 특히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더욱 일본 관광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 원고엔저 심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가 진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2012년 5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2012년 9월 이후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베 내각은 일본은행과 공조해 강도높은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해 엔화 약세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원/100엔 환율이 2013년 초에는 20% 가까이 절상됐으며,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12.8% 절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입품 가격은 하락시켜 수입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관광시장은 이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 일본 관광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크게 줄어들어 과거 제주 관광시장의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을 뿐만 아니라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2004년 32만9000여명으로 처음 30만명을 돌파한 뒤 2009년에는 그 두 배인 63만2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이어 2011년 104만여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돌파한 뒤 2012년 168만여명, 2013년 233만여명, 2014년 332만여명으로 매년 50%대 전후의 증가율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최고 18만7000여명까지 늘었던 일본인 관광객은 2013년 12만8000여명으로 전년비 28.5% 감소한 뒤 2014년에는 9만6000여명으로 10만명대 벽이 무너졌다. 엔화 약세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4년 1~12월 일본인 출국자수는 1690만3000명으로 전년비 3.3% 감소했다. 2014년 12월 일본인 출국자 중 한국 방문객은 27만여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 한햇동안 방문객수는 전년보다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12월 19만여명으로 전년비 96.7% 급성장했다. 대만도 같은 기간 5.7% 증가하면서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 '한류' 악화시킨 '혐한류'

일본인 출국자수는 올해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1월 출국자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한 123만8000여명으로 추정됐다. 다만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4년 12월에 비해 감소폭이 줄어들어 반등세로 돌아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 시즌(7월 15일~8월 30일)은 경제 호조로 일본 국민의 여행총량이 7902만명으로 0.2% 늘고, 총소비액도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27억엔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선호 여행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전년보다 0.9% 감소한 약 3만4200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32만1000명으로 2.9%, 대만은 18만1000명으로 각각 2.9%와 7.1% 증가하고, 하와이는 23만2000명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여행 검색·비교 사이트인 '에이비로드'가 발표한 올 여름휴가 기간의 해외여행 문의건수에서도 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8위를 차지했다. 하와이 오아후섬이 전체 문의 건수의 10.1%로 1위였으며, 타이베이와 괌, 로마, 바르셀로나, 싱가포르, 세부가 뒤를 이었으며, 런던이 서울에 이어 9위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여행업협회(JATA)가 발표한 연말연시 여행동행조사에서도 하와이가 1위를 차지했으며, 대만과 괌이 그 뒤를 따랐다. 한국을 찾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원고엔저로 여행가격이 높아지자 중국과 대만 등 주변 국가는 물론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은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2004년 남녀비율이 비슷해진 뒤 2008년부터 역전됐다. 2012년 기준 여성의 비율이 60%에 달할 만큼 관광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 중에서는 20대가 가장 많지만 40~60대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어 '한류'가 관광시장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고엔저뿐만 아니라 외교적 마찰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것도 일본 관광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은 '한류'산업의 가장 큰 소비시장이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혐한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양국간 역사인식의 관점이 다른데다 최근에는 정치권의 갈등까지 빚어지면서 '혐한류'는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과 제주의 일본인 관광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09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