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제주도민 건강지수 무엇이 문제인가]

[창간특집/제주도민 건강지수 무엇이 문제인가]
음주·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이 도민 건강 해친다
  • 입력 : 2015. 04.22(수)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제주도민의 고위험 음주율은 전국 3위, 흡연율은 4위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도민 건강을 위한 적극적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음주·비만·흡연 전국 상위권 '불명예'
건강에 대한 정보 없고 의식도 떨어져


암, 뇌졸중과 같은 성인병(생활습관병)은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환이다.

성인병은 생활습관병이라는 그 이름처럼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한다. 흡연, 지나친 음주, 비만을 일으키는 식생활 등이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나쁜 생활습관'이다.

제주도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지역 사회 건강조사에서 제주도는 비만율 전국 1위, 고위험 음주율 3위, 흡연율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본보가 창간 26주년을 맞아 도민들의 나쁜 생활습관과 그 원인 등을 짚어봤다.

▶제주도민 건강 적신호

'2014년 지역사회 건강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 17개 시도에서 진행됐다. 제주도에서는 만 19세 이상 도민 5232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도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46.1%로 전국 평균 44.3%에 비해 1.8%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47.8%), 충북(46.6%), 인천(46.2%)에 이어 4번째다.

고위험 음주율은 전국 평균 18.4%보다 2.5% 포인트 높은 20.9%로, 충북(21.7%), 강원도(21.1%)에 이어 전국 3위를 차지했다.

또 제주 도민의 비만율은 28.3%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데 반해 걷기 실천율은 32.2%로 경남(31.2%)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건강관리 인식 수준도 낮아

통상적으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술도 더 마시고, 운동을 덜 하는 등 건강관리에 소홀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전국 성인 22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도 흡연자 가운데 월 1회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은 70.3%로 비흡연자(57.0%)보다 13.3%포인트 높았다. 반면 흡연자 중 하루 30분, 주 5일 이상 걷기 운동을 한 비율은 40.8%로 비흡연자(43.0%)보다 2.2%포인트 낮았다.

이제 초점은 '왜 제주도민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나쁜 생활습관을 갖고 있느냐'에 모아진다. 하지만 지역사회 건강조사는 흡연율 등 수치를 나열하고 있을뿐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나쁜 생활습관'의 원인에 대해선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 지역 사회의 문화, 주민 의식과 교육 수준, 생활 환경 등 주변 여건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나름 그 원인을 추정해볼 수는 있다고 전했다.

제갈윤석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체육학부 교수는 "왜 제주도민이 술을 많이 마시고, 뚱뚱하며, 담배도 많이 피는 지에 대해 추론하려면 그 지역 사회의 전반을 모두 훑어봐야 한다"며 "생활 습관의 원인을 찾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제갈 교수는 건강 관리에 대한 도민의 인식 수준이 현저히 낮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제일 큰 문제는 도민들이 흡연, 지나친 음주와 비만이 건강에 얼마나 나쁜 지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지역사회가 끊임 없이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릇된 생활 습관의 악영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데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런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제주도민 건강생활실천 전략수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150명 가운데 39%가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도지사와 교육감 등 지도자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보다 많은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건강증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왕벚꽃축제' 기간 열린 시민건강걷기대회 참가자들.

▶아동·청소년 비만 가장 심각

제주 도민의 흡연율, 음주율, 비만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지만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그 비율이 줄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논의가 성인에서 아동으로 넘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제주사회의 가장 심각한 건강 문제는 '아동·청소년 비만'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2014년 전국 초·중·고등학생 비만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초·중·고교생의 비만율은 20.0%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과 비교해서도 5.0%포인트 높은 것으로, 도내 청소년 5명 중 1명은 비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 주도로 진행된 조사에는 도내 18개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 1065명이 참여했다.

더 큰 문제는 고도 비만이다. 제주도내 학생들의 고도 비만율은 최근 5년 사이 가파르게 늘었다. 2010년 1.4%, 2011년 1.78%, 2012년 1.8%, 2013년 1.9%, 2014년 2.1%로 해를 거르지 않고 고도 비만율이 증가했다.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고도 비만율이 지난해 들어 감소세(2013년 1.5%→2014년 1.4%)로 돌아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병국 제주보건소 건장증진과장은 "제주 성인들의 흡연·음주·비만율의 절대적 수치가 아직 높지만 해가 지날수록 줄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아동 비만은 그렇지 않다"면서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우려했다.

▶왜 제주 아동·청소년 뚱뚱할까

아동·청소년 비만도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비만의 원인을 추적하다보면 성인 비만과 다른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제주지역 성인들의 걷기 실천율은 낮은 데 반해 비만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신체 운동과 비만이 밀접한 관계에 놓인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

반면 아동·청소년 비만은 달랐다. 제주지역 초·중·고등학생이 3일 이상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한 비율은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를 기록했음에도 비만율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내 초·중·고교생의 격렬한 신체활동율은 지난 2009년 전국평균(31.6%)보다 3.8%포인트 낮은 27.4%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7.5%를 기록해 5년 사이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특히 2년전부터는 도내 초·중·고교생의 신체 활동율이 전국 평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도내 초·중·고교생 비만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이유를 격렬한 신체 활동과 연관 짓기엔 어렵다는 뜻이다.

일부 비만 전문가들은 도내 초·중·고교생이 다른 지역보다 아침 식사를 많이 거르는 등 불규칙한 식습관을 갖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제주지역 초중고생의 '주 5일 이상 아침식사 결식률'은 25~30% 정도다. 특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국 평균 결식률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제주YWCA가 주최한 '얘들아 아침밥 먹자' 캠페인.

▶체계적인 조사 서둘러야

본보가 만난 전문가들은 아동 비만의 위험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달랐다.

이병국 제주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은 "아동 비만은 성인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5년 안에 비만율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고, 제갈윤석 제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비만이 성인이 돼서야 질병을 유발했지만 지금 비만을 갖고 있는 아동은 이미 질병도 함께 갖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들은 아동·청소년 비만에 대한 보다 명확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아동·청소년 비만에 대한 제주도 차원의 조사는 이제 첫발을 내딛는 단계다.

제주자치도는 올해 2억2000만원을 들여 도내 초·중·고 학생의 비만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도와 협약을 맺은 제주대병원이 진행한다.

교육부가 특정 표본을 정해 시행하는 비만 조사는 조사 문항과 범위가 한정돼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주대병원은 도내 초·중·고 학생 전원을 표본으로 삼은 전수조사와 정상 체중 학생과 비만 학생을 각각 150명씩 뽑아 심층 비교·분석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하는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의료사업실장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의 6년 동안 몸 상태의 변화를 1년 단위로 관찰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이 방법은 시간과 돈이 많이든다"면서 "이번 조사는 예산과 기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0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