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6)어지러우면 '메니에르병'의심을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6)어지러우면 '메니에르병'의심을
원인 다양하고 자연적인 회복으로 치료 어려워
  • 입력 : 2015. 05.01(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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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니에르병은 회전감이 있는 현기증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 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병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송찬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어지럼증·청력저하·이명·이충만감
단순 검사보다 전문의 진료 필수적
내림프액 조절로 증상완화 주 목표

아픈사람들이 겪는 고통 중 하나가 '어지럼증'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증상이지만 원인을 찾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기 일쑤다. 더구나 어지럼증이 재발하거나 어지럼증과 동반해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혹은 '윙'하는 이명(귀울림)이 들리게 되면, 그 괴로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 메니에르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니에르병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연평균 9.5%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지럼증인 메니에르병에 대해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송찬일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메니에르병의 빈도=메니에르병은 19세기 중반 프랑스인 의사인 메니에르가 처음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반복되는 어지럼증, 난청, 이명, 이충만감(귀 안에서 압력이 느껴지거나 물이 찬 듯한 느낌)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귀의 질환으로 현재까지도 진단과 치료, 원인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은 병이다. 유병률은 10만명 당 7.5명에서 157명까지 보고되고 있으며, 증상이 나타나는 연령도 4세부터 90세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고 40~60세에서 최고 발병률을 보인다. 양측 귀에 모두 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2~78%로 폭이 넓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족 중에 같은 질환을 가진 경우가 10~20%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방식에 의해 유전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메니에르병의 증상=메니에르병의 증상은 어지럼증, 청력 저하, 이명, 이충만감이 특징이다. 어지럼증은 이충만감, 이명 증가, 청력 저하 등 전조 증상이 선행할 수 있으나 돌발적으로 경고없이 발병할 수도 있다. 어지럼증은 수분에서 수 시간, 대개 2~3시간 정도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며 음식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월경주기 등과 연관돼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어지럼증은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 흔하며 환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증상기도 하다. 오심, 구토, 설사, 발한이 동반되며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데 발작 사이에 장기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청력 저하와 이명은 질환 초기에는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돼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악화되는 양상을 보여 전농(완전한 청력의 소실)이 나타나는 경우도 1~2% 존재한다.

왼쪽은 정상인의 귀, 오른쪽은 메니에르병 환자의 귀.

▶메니에르병의 원인과 진단=메니에르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자가면역질환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중요한 병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연구가 많이 된 것은 귀 안의 내림프액의 생성 및 흡수의 장애로 인한 내림프낭 수종(내림프낭의 부피가 증가함)이다. 대부분의 치료도 이 가설에 기초한 방법으로서 후천적인 외상과 선천적인 원인에 의한 내림프관과 내림프낭 주변의 해부학적 변이가 메니에르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진단은 미국 이비인후과학회가 1995년 발표한 진단 기준에 따르며 순음청력검사, 온도자극검사, 전기와우도검사, 전정유발근전위검사 등의 여러 가지 검사를 수 차례 반복 시행해 병동성의 감각신경성난청을 확인하고 이명,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병력이 확인되면 확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뇌교각부의 종양이나 편두통성 어지럼증에서도 메니에르병과 같은 양상의 변동성의 내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MRI 등의 영상진단을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 초기 질환인 경우 전형적인 변동성 난청과 이명, 어지럼증의 주 증상이 모두 발현되지 않아 다른 질환과 감별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엉뚱한 질환이 메니에르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어 메니에르병의 진단은 단순한 검사 결과에 따르기 보다는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메니에르병의 치료=메니에르병의 치료가 어려운 것은 크게 두 가지 원인 때문이다. 첫째는 발병 원인의 다양성으로 인해 병인에 따른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연적 회복이 많은 환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치료 후 수 개월 혹은 수 년 동안 재발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치료 효과 때문인지 자연적 회복 때문인지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내림프액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을 주된 치료 목표로 하며 식이, 스트레스, 생활습관 등이 메니에르병의 경과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엄격한 저염식(하루 소금섭취량 1.5g 이하)과 금주, 금연,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항이뇨호르몬의 저하를 유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이뇨제와 혈액의 미세 순환 증진을 위한 약제를 사용하게 되며, 증상이 심한 발작기에는 전정억제제와 오심·구토 억제제가 필요하고 항히스타민제나 신경안정제를 사용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식이조절과 약물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심한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환자에서 고려하게 되며 전정기능을 제거하는 미로절제술, 전정신경절단술과 상대적으로 합병증 발생률이 낮은 내림프낭 감압술이 있다. 최근에는 고실 내에 전정기관에 독성을 가지는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약제를 투여하는 비교적 간단하게 어지럼증을 호전시키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시술 후에 도리어 청력 저하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송찬일 교수는 "메니에르병 환자는 장기간의 치료와 관리를 해야만 어지럼증 발작을 줄이고 청력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과 관찰 및 식생활 조절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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