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오가는 비행기는 물론 제주시 번화가와 대형마트엔 중국인들로 넘쳐난다. 정부에서는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 덕에 '나홀로 호황'인 곳으로 제주를 꼽는다. 통계청의 1분기 전국 소매판매동향을 보면 전국적으로 1년 전에 비해 2.1% 감소했지만 제주만 18%나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 덕에 면세점 매출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면세점과 대형 유통매장에 밀려 제주의 토종 상권은 중국 특수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겠다지만 어쨌든 현재 중국인은 제주관광시장에서 최고의 외국인 손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예전같지 않다. 이유는 제주 등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을 찾는 중국인이 늘어나는 데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발표를 보면 올 1∼4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132만9300명으로, 한국인(125만2500명)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74만9697명(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9.3% 증가했다. 2013년 연평균 67.2%, 지난해 57.8%의 증가율에 견주면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4월 한달만 보면 26만1969명의 중국인이 제주를 찾아 1년전에 비해 6.9% 늘면서 증가폭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2013년 1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월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4월이 처음이다.
반면 최근 한·일 양국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실적을 보면 일본의 빠른 성장속도가 감지된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각각 116만명, 123만명으로 같은기간 방한 외국인(11월 111만명, 12월 108만명)을 앞질렀다. 올 1분기엔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413만명인데 반해 방한 외국인은 320만명에 그쳤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7년만에 처음으로 연속 5개월 한국을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관광시장의 빠른 성장세는 '엔저 효과'만이라곤 볼 수 없다. 일본은 지난해 9월부터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3개국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와 면세품목 확대, 간단한 세금 환급 절차 등 관광객 유치태세를 꾸준히 갖춰왔다.
그 효과일까?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2013년 1036만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9.4% 증가한 1341만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는 등 성장세가 눈에 띈다. 현재 추세로라면 2020년까지 방일 외국인을 20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일본의 목표 달성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2013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9.2% 증가한 1217만명,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6% 증가한 1420만명으로 성장세가 일본에 견줘 뒤쳐진다.
제주는 한때 최고의 외국인 고객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선례를 겪었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현재의 중국인 특수가 꺾일 것에 대비해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목표시장을 다양화해야 하는 이유다.
유커 유입 초기 주로 부자들이 제주를 찾다가 유커의 저변 확대로 중산층과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자)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쇼핑 위주 의 프로그램으로는 유커 특수가 생각만큼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쇼핑 일변도에서 벗어난 소비·레저·건강 등 복합관광상품과 개별 자유여행 등 변화하는 유커의 수요를 사로잡을 수 있는 고품질 관광상품 개발이 제주에 시급한 숙제로 던져졌다. <문미숙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