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는 호흡기로 감염돼 폐렴처럼 호흡기계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모든 연령층에서 고르게 감염되며, 고위험군은 당뇨, 신부전, 만성폐질환, 면역저하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마스크를 한 채 제주공항을 나서는 관광객들. 강희만기자
2·3차 감염 많은 한국 치사율 낮게 예측기후·환경·바이러스 특성 영향 때문인듯직접 접촉 피하고 개인위생 철저 준수를
온 나라가 메르스(MERS)의 공포에 야단법석이다.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2015년 6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메르스의 정확한 명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으로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 질환이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이하 MERS-CoV)로 2003년 홍콩에서 처음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이하 사스)의 원인 바이러스와 같이 감기의 원인이 되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의 변종이다. 미육군의학연구소에서 연수중인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 교실 이근화 교수의 도움으로 메르스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를 보면 MERS-CoV는 호흡기로 감염돼 폐렴처럼 호흡기계에 심각한 손상을 주며 주요 임상증상으로는 고열, 기침 및 호흡 곤란으로 알려져 있다. MERS-CoV에 노출이 됐을 때 잠복기는 보통 5일 내지 6일이지만 빠르면 2일, 늦으면 14일까지도 잠복기가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메르스는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감염되며 고위험군은 당뇨, 신부전, 만성폐질환, 면역저하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중동 발생 메르스의 경우 고연령층이 감염에 취약하지만 한국 발생 메르스는 현재까지 40대 및 50대에서 환자 발생이 많으며 확진환자와 같은 응급실에 있었던 고등학생과 응급실을 방문한 임신부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메르스의 치사율은 중동의 경우 10명의 환자 중에서 3명 내지 4명이 사망해 30%에서 40%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람에게 감염된 MERS-CoV가 낙타에서 분리됐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낙타를 주요한 매개동물로 보고 있다. 즉 MERS-CoV가 감염된 낙타에 사람이 직접 접촉하거나 살균하지 않은 낙타우유 섭취를 통해 낙타에게서 사람에게로 바이러스가 전파 및 감염이 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낙타와의 접촉 및 낙타우유 섭취가 빈번한 중동국가에서 환자 발생이 많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전파 양상을 보면 중동국가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전파 양상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 유행하고 있는 메르스는 치사율이 40%로 높지만 전파력 혹은 감염력은 사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걸로 알려져 있으며 낙타와의 직접접촉 및 낙타우유의 섭취로 감염이 되는 1차감염은 치사율이 높지만 1차감염자와의 접촉에 의해서 감염되는 2차감염에서 치사율은 낮다. 따라서 2차, 3차 감염자가 거의 대부분인 한국에서는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2차감염의 주된 전파경로는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 및 환자의 침 혹은 호흡기 분비물의 유입으로 전해져 있으며, 3차 감염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중동 유행 메르스의 2차 감염은 환자를 직접 돌보는 가족이나 의료인에게 국한돼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생중인 메르스의 경우 사업차 중동을 방문 후 레바논에서 입국한 한국사람(1차감염자로 추정)이 고열과 호흡기 계통의 이상을 느껴 여러 병원을 다니다가 5월 20일 메르스로 확진 판명됐다. 그런데 이 환자가 확진 판명을 받기 전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가족, 의료진 그리고 같은 병원에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 및 감염시켜 2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병원내 2차감염을 시켰다. 이후 2차 감염자가 같은 병원 및 다른 병원을 찾으면서 병원내 3차 감염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현재 평택성모병원에서 시작된 1차유행에서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된 2차유행이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주가 확산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 중인 메르스는 중동 유행 메르스에 비해 빠른 전파 및 감염을 보이면서 일부 전문가그룹은 직접접촉 뿐만 아니라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중동 발생 메르스와 한국에서 발생 중인 메르스의 전파 양상의 차이에 대해 기후·환경적인 측면 및 바이러스학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중동의 경우 한국보다 높은 기온에 건조한 기후인 반면 한국은 중동지역보다 습하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다르게 사람을 비롯한 숙주에서 나왔을 때는 외부환경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으며, 외부에서 바이러스의 생존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이러스의 외막의 유무에 따라서도 외부 환경에서 전파력 및 감염력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MERS-CoV는 외막을 가지고 있는 RNA 바이러스로 외막을 갖고 있는 바이러스의 경우 건조한 환경보다는 습도가 일정 정도 유지되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존이 가능한 걸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동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습한 한국의 기후·환경 때문에 MERS-CoV가 감염된 사람에게서 외부 환경으로 나왔을 때 중동에서보다는 한국의 외부 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차이에 의해 한국에서의 전파 양상이 차이를 보인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현시점에서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생각해 볼 수 가정은 바이러스 유전자의 특이 변이이다. RNA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 복제 시 잘못된 유전자가 복제될 때 교정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DNA 바이러스에 비해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MERS-CoV는 RNA 바이러스로서 변이가 쉽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MERS-CoV 유전자 변이에 의해 2012년 9월 중동에서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와는 전파 및 감염에 있어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메르스의 경우 현재까지 상용화된 예방 백신 및 항바이러스제는 없지만 대증요법을 통해 환자의 면역력 회복 및 증강으로 환자 몸안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메르스 감염에 대한 개인 예방법으로는 확진이나 의심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또한 가급적 피하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침이나 호흡기 분비물이 주위 및 다른 사람에게 퍼지지 않도록 휴지를 이용해 입을 막고 사용한 휴지 또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도록 밀봉해서 버린다. 그리고 얼굴 및 손을 비누를 이용해 수십 초간 깨끗이 자주 씻고 만약 물이나 비누 사용이 쉽지 않은 경우 알코올이 들어있는 손세정제 혹은 손소독제를 이용해 손을 깨끗이 닦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메르스 감염 예방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이근화 교수는 조언했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