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피랍 42일간의 숨가쁜 기록

아프가니스탄 피랍 42일간의 숨가쁜 기록
"누구도 생명을 말하지 않았다"
  • 입력 : 2015. 06.12(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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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길언의 실화소설 '비정한 도시'
납치 사건에서 드러난 사회부조리


기억하는가? 2007년 7월 한여름 뙤약볕만큼이나 따갑고 맹렬했던 비정한 도시 사람들의 시선과 아우성을, 오랜 내전으로 신음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돌보러 떠난 한국인 봉사단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포위되어 42일간 공포에 떨며 포위되어 있었던 그해 여름, 피랍된 23인의 목숨을 향한 사람들의 반응은 참으로 가혹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여전하다. 우리 모두는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되돌아보기 전에 옳고 그름과 잘잘못을 가리며 저마다의 판단 기준으로 저울질 하기 바쁘다.

제주출신 소설가 현길언(사진)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소재로 당시 희생된 제주출신 배형규 목사이야기를 담은 소설 '비정한 도시'를 펴냈다. 한국인 봉사단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쓴 이 작품은 42일간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된다.

8년전 아프카니스탄 피랍사태를 다루고 있으나 비단 그 사건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수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도리어 한층 심화된 이 사회의 부조리와 비정한 인간 군상을 조명한다. 저자는 이 시간을 '비정한 우리 사회의 자회상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으로 묘사한다. 당시 여론은 무고한 생명을 무차별하게 파괴시키는 탈레반의 폭력과 이기주의는 뒤로 하고 '선교'라는 이름으로 내전 지역에 들어간 봉사단을 비난하며 한국 교회를 질타하기에 바빴던 터였다. 세상 풍조에 휩쓸려 '선한 의도'에는 침묵하고 세상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크리스천의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담아냈다

제3장 '목사 배형규'에서는 탈레반에 희생된 제주 출신 배형규 목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소설로 다룬 동기에 대해 "그 사건은 당시에도 충격적이었고, 지금도 그 충격의 여진은 여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탈레반 무장대에 정치적인 납치를 당했다는 점에서, 이 사태에 대한 국내 여론과 언론과 교회와 여러 단체들의 대응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각자가 처한 입장과 집단 이기심에 의하여 사태에 대해 논평하고 대응하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와 개인의 이기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그러한 집단적 이기주의와 본질을 외면하고 사태를 자의적으로 인식하는 사회 풍조가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집단 이기주의의 폭력성과 반 인간성, 그것에 의해 매몰되는 우리 자화상을 탐구·성찰하려는 의미로 읽혀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제주출신으로 제주대와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저자는 현재 평화의문화연구소장 및 학술교양지 '본질과현상' 발행인으로 있다. 홍성사.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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