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의 희망가게 이야기-두번째]조천읍 신흥리 '카페올레'

['보미'의 희망가게 이야기-두번째]조천읍 신흥리 '카페올레'
아련한 향수가 전해지는 내 마음의 풍금
  • 입력 : 2015. 06.16(화) 11:07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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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추억 속으로 들어가 '국민학교' 시절로 되돌아 간 듯하다. 누구에게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학교 시절, 그 때의 모습을 연출하게 하는 교복, 모자, 교과서, 풍금과 책걸상, 그 시절의 도시락, 그리고 직접 잡은 싱싱한 해물을 넣은 라면요리, 창문 너머로 펼쳐진 제주 바다…. 색다름으로, 이색적임으로 꾸며 놓은 왕기·은미 사장 부부의 손길로 인해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은미씨~!■  여기요~, 저기요~, 이모~, 언니~….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묵묵부답. "왜 안 오지?"  구시렁거리며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그 옆에 미처 보지 못한 안내판이 눈에 띠었다. 아줌마 No, 어이 No, 여기요 No, 저기요 No, 이모 No, 언니 No. '은미씨 Ok(바로 달려 갑니다)' '은미씨~' 외에 다른 호칭은 전혀 소용이 없다. 오직 '은미씨'로만 불러야 한다. 단, 19세 미만은 은미씨라고 부르면 안 된다.  서울 생활을 하던 김은미(42)씨네는 7년 전 제주에 새 삶을 꾸렸다. 남편인 박왕기(46)씨는 스튜디오, 낚시점 등을 운영했었다.  이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던 차에 제주에 여행을 왔을 때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추억을 되새기고 담는 곳■  이 곳에 들어서면 색다름이 먼저 와 닿는다. 아니, 색다름이라기보다 옛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반가움이랄까.  이른바 '국민학교 체험교실'이다. 추억과 함께 거창하지는 않지만, 작은 체험도 할 수 있어 호응이 좋다.  도덕, 산수, 실과, 쓰기, 동아수련장…. 어쩌면 취재기자(74년생입니다) 또래 이후의 연령대들은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교과목들(동아수련장은 참고서)이다. 그런데 솔직히 취재기자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실과, 쓰기 같은 게 있었나….  '국민학교' 시절 책상, '걸상(의자)'과 함께 당시 '대세'였던 네모난 책가방이 그 걸상 뒤에 걸려 있다. 한번쯤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책상 가운데 '금'을 그어 지우개, 연필 등이 그 '금'을 넘어오면 모두 내꺼~ 라고 했던….
 한 편에는 칠판, 분필, 칠판 지우개 등이 눈에 띈다. 국민학교 때가 생각났다. 떠든 아이 OOO, 주번 OOO…. 살짝 그립다.  특히 급훈이 가관이다.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이 바뀐다', '네 성적에 잠이 오냐?' 남편이 바뀐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여학교인가 보다.  이 밖에 많은 소품들이 추억을 되새기고 담아가게끔 한다.  "직접 교복이나 모자를 쓰고 풍금을 연주하거나, 군복을 입어 군대 생활을 떠올려보곤 하죠."  책상들 앞에 '풍금(오르간)'이 놓여 있었다. 진짜 소리가 나나? 페달을 밟아 건반을 눌렀더니 풍금 특유의 늘어지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한 영화가 떠올랐다. 이병헌, 전도연, 이미연 주연의 '내 마음의 풍금'. 그 영화처럼 두근거림(설렘)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여행 중 들르다 이젠 목적지로■  '문어라면 정말 맛있어요. 문어다리가 떡하니 나오는데 쫀득하고 추억의 도시락도 맛있고, 아메리카노까지 쿠폰으로 마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카페도 아기자기하고, 낮에 갔으면 올레길도 갈 수 있었는데 마지막 날에 간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 평가가 별로 없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완전 짱이에요! 문어해물라면도 맛있고, 도시락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그리고 바다 풍경을 보며 음식을 먹으니 색다른 느낌(?)이네요! ?^▽^?'  "요즘은 고객 대부분이 관광객들이예요. 올레 19코스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가다오다 들렀던 분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홍보해주시는 거 같더라고요. 카페 분위기가 독특해서 그런가 봐요."
 이 뿐만 아니다. 이곳의 명물은 '문어라면'이다. 낚시점을 운영했던 적이 있는 남편 왕기씨는 지금은 새벽 문어잡이의 달인이 됐단다. 이런 경력과 경험을 바탕을 살린 덕분에 이젠 관광객들에게 '명소'가 됐다. (당일 판매에 따라 조기매진 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추억의 도시락. 계란 프라이는 물론 도시락 반찬에서 빠지면 서운했던 옛날 동그란 소시지 등이 추억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이처럼 옛 추억을 떠올리며 체험을 해보고, 제주의 자연과 함께 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 고객들이 더 많이 찾고 있다.
 "더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따뜻함으로 맞이하고, 이곳에서 잠시 동안의 머무름이 새로운 추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은미씨의 남다른 포부다.  '추억을 체험하는 곳, 왕기씨가 잡고 은미씨가 요리하는 이색카페'. 이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머물고 싶은 곳, 추억을 새기는 곳으로 변화하며 오늘도 이색공간을 꾸미는 그들의 손길이 아름답다.
▶찾아가는 곳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217-1(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792-1)  연락처 070-4224-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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