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4)곶자왈 시험림의 비전

[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4)곶자왈 시험림의 비전
세계적 용암숲 연구 메카로… 산림휴양 다각적 접근
  • 입력 : 2015. 06.17(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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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계자들이 희귀식물 개가시나무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산림청·산림과학원, 사유곶자왈 매입 등 529ha 지정
보전·지속가능한 활용기반 구축 핵심과제로 연구중
생태·역사문화 인문자원·산림휴양서비스 등 총망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 등 국제보호지역 지정을 계기로 제주지역의 환경가치에 대해 국내·국제사회의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 등으로 산림복지와 휴양분야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 등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난아열대 산림생태계의 산업화와 자원개발 등 환경파괴로 인한 생물종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미래 환경변화에 따른 취약 생물종 보전과 생태계 복원 기술 개발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난아열대 산림과학기술 분야 3대 핵심이슈 중 하나로 '용암숲 곶자왈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활용기반 구축'을 설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곶자왈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한 기반구축 연구와 가치 발굴·평가, 보전기술 개발이 주요 과제다. 여기에는 곶자왈 내 산림생물자원의 특성 구명과 생태계 변화 예측, 수원함양능력 분석, 지형지질학적 특성 연구, 문화역사자원 발굴 및 활용기술 개발, 산림문화, 휴양,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두루 망라돼 있다.

곶자왈시험림으로 지정고시된 제주시 한경면 청수·저지곶자왈 일대의 항공 전경. 강경민기자

국립산림과학원이 제주에 대규모 '곶자왈시험림'을 조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곶자왈시험림은 곶자왈 매입사업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산림청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협조로 2000년대부터 사유지 곶자왈 매입사업에 착수했다. 매입사업을 시작한 이래 2015년 현재 사유지곶자왈을 매입한 면적은 358ha로서 훼손되지 않은 사유지곶자왈의 8.3% 정도이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사들인 곶자왈을 포함해 제주도가 관리해오던 국유림을 합쳐 현재 529ha(약 160만평)를 곶자왈시험림으로 지정 고시했다. 산림청은 오는 2023년까지 총 950ha의 사유지 곶자왈을 매입할 계획이어서 전체 사유지곶자왈의 약 22%를 국유화하게 된다. 사유 곶자왈 매입은 곶자왈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물리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남성현 국립산림과학원장은 "국유화한 곶자왈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시험림으로 지정돼 곶자왈의 보전과 역사문화, 생태, 수자원 함양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연구의 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김용하 산림청 차장도 최근 심포지엄에서 "앞으로 곶자왈은 보전과 가치 발굴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용암숲 연구의 학술적 메카로, 제주도의 정체성을 가장 제대로 간직한 인문학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2년부터 곶자왈시험림을 대상으로 2018년까지 25억이 투입되는 큰 규모의 연구를 수행중에 있다.

곶자왈시험림은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전문 연구인력 확보, 네트워크 구축으로 곶자왈 연구의 외연 확대, 현장연구 강화, 산림복지 등 사회적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과제발굴 등 크게 네가지 방향(전략목표)으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의 지질과 식물분야에 치중되었던 연구를 벗어나 역사, 문화 등의 인문사회자원 분야, 산림생태계서비스, 관광 및 휴양분야, 경계설정을 위한 항공촬영 등의 다양하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최형순 박사는 "제주지역의 전문가들과 협력연구와 국내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곶자왈시험림이 세계적 용암숲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봄·강경민·송은범기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곶자왈에서 빗물 함유량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해외사례 및 과제]
미국 등 산림문화기능 가치 평가
곶자왈은 인문·사회적 조명 미흡

국립산림과학원은 곶자왈시험림을 통해 곶자왈의 다양한 자원들을 발굴, 보전하고 이들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하기 위한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화산국립공원은 동식물상 모니터링과 기상변화에 따른 식생변화예측 연구, 외래종 변화 모니터링 및 관리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인도네시아 메라파이 화산국립공원은 산림생태계 내 생물다양성 조사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용암숲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화산토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미국 지질조사소의 하와이화산관측소와 래슨화산국립공원은 화산지역의 지질특성에 대한 장기모니터링 연구를 진행중이다.

미국은 산림이 인간에게 주는 심미적 가치 뿐만 아니라 종 보호, 역사·문화적 가치 등 후대에게 물려줄 유산의 개념을 산림문화기능으로 정의해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호주는 산림생태계의 공급, 조절, 문화 유지 및 지지 기능으로 분류하던 기존의 분류체계를 더 세분화해 평가하고 있다. 영국의 요르빅 바이킨 센터와 일본의 요시노가리 유적 등은 발굴 후 체계적으로 복원·정비를 통해 새로운 시설 도입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역사교육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곶자왈의 자연자원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한 연구는 일부 있으나, 곶자왈이 갖고 있는 인문, 사회 및 경제적 가치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지속가능한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수행된 적이 없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소장은 "곶자왈의 산림생태계 서비스, 역사문화자원, 역사유적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곶자왈의 인문·사회·경제 분야의 가치평가와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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