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안녕하십니까] (10) 에필로그

[제주살이, 안녕하십니까] (10) 에필로그
지속가능한 제주생활 지원 위해 ‘마을살이 교육’ 절실
  • 입력 : 2015. 07.02(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섬 걷기 여행 등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제주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단순한 인구 유입을 넘어 귀농귀촌인들이 제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꾸려가도록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진=한라일보 DB

급증하는 제주 이주 대비 전담지원센터 설치 검토
귀농·귀촌활성화 법률 시행 속 지역맞춤형 정책을




제주 이주 열풍이 언제쯤 잦아들까 싶다. 인구 이동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올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곳이 바로 제주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5월 국내 인구이동 자료를 보자. 지난 5월 제주로 순이동한 인구는 11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1000명 수준에 비해 올해는 월평균 1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과 사뭇 다르다.



▶별다른 유입책 없어도 순이동 늘어=제주도 유입 인구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해는 2010년이다. 그 해 437명이 순유입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2243명,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1112명이 제주로 순이동했다. 애써 "제주로 오시라"는 유입책을 쓰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도시를 떠나 섬이라는 특성을 가진 제주에 짐을 풀어놓는 귀농귀촌인들이 증가하는 만큼 지자체의 걸음도 빨라졌다.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 두 행정시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제주살이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귀농귀촌을 준비하던 종전과 달리 여러 경로를 통해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서귀포시, 제주농협,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에서 개설하는 귀농귀촌 교육이 매번 열기를 띠고 있는 점은 한 예다.



▶어제의 얼굴과 다른 오늘날 제주=서귀포시가 지난달 30일 개강한 하반기 귀농귀촌 기본교육 수강생을 모집했더니 예정 인원 140명보다 75명이 초과한 215명이 몰렸다. 주최측은 교육 수요 해소를 위해 다음달 추가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귀농귀촌 교육에선 감귤재배, 농촌체험관광, 목공예, 천연염색, 한지공예, 블로그를 활용한 농산물과 사업장 홍보 기법 등 제주 정착에 도움이 될 강의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 땅 역시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올레길 걷기 여행 등을 통해 느린 삶을 꿈꾸며 팍팍한 도시생활을 청산했던 이들에게 이즈음의 제주는 어제의 그 얼굴이 아니다.

땅값은 해마다 치솟고 생계를 이어갈 방법은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 몇몇 업종에 한정되어 있다. 때로는 원주민과 갈등이 빚어진다. 빈집에 둥지를 튼 예술가, 풍광 좋은 곳에 차려지는 플리마켓이나 아트마켓 등 제주 이주의 양상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그것이 오래도록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주민이 발딛고 살 곳은 마을=제주도는 제주 이주 급증에 따라 별도의 전담 지원센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 생겨난 '제주도 정착주민 등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행정시와 읍면동 담당 공무원이 정착주민을 지원해오고 있지만 전담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주민 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제정된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이달 2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인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조례에 이어 법률까지 등장했다. 귀어든 귀농이든 귀촌이든 이주민들이 발딛고 사는 곳은 결국 마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제주도민, 서귀포시민 이전에 어느 마을 사람으로 지내야 하는 그들이다. 집을 구하고, 잠을 자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등 일상의 여러 일들이 마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인구 유입 증가세를 반영한 귀농귀촌인 강좌를 넘어 마을살이 교육이 필요하다. 행정편의적인 읍면동 정착주민협의회로는 안된다.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주민들이 제주 사회의 한 사람으로 즐거이 살아가길 원한다면 새로운 정책의 방향을 고민할 때다.



법률·조례 는다고 제주살이 행복할까


귀농귀촌·정착주민 업무 부서 따로따로

법률시행 맞춰 조직·조례 정비 불가피



지난해 4월 '제주도 정착주민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주도로 이주한 정착주민의 안정적 적응을 통해 도민과 정착주민간 상생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조례상 정착주민은 외국 혹은 타 시·도에서 장기간 거주하다가 제주도로 이주해 제주도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하면서 지역주민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제주의 문화와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단서도 붙었다.

이같은 정의대로라면 귀농귀촌인, 외국인, 결혼이주여성 등이 정착주민에 포함된다. 정착주민은 언뜻 포괄적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가령 제주시나 서귀포시 동지역에서 읍면으로 전출할 경우 귀농귀촌인에 해당되지만 도내에서 이동한 탓에 조례에 언급된 정착주민으로는 볼 수 없다.

더욱이 제주도 정착주민 조례가 생겨나기 이전에 이미 유사한 자치법규가 있었다. 제주도 거주 외국인 등 지원 조례(2007년 제정), 제주도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2008년 제정), 제주도 귀농·귀촌인 지원 조례(2013년 전부 개정)가 대표적 사례다.

조례와 맞물려 귀농귀촌인과 정착주민 업무가 이원화된 점도 문제다. 제주도의 귀농귀촌 지원 업무는 친환경농정과, 정착주민은 지역균형발전과에서 맡고 있다. 도시민어촌유치지원사업에 선정된 서귀포시는 해양수산 관련 부서에서 귀어귀촌 업무를 담당한다. 귀농귀촌인이 정착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따로따로 부서가 운영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번달 21일부터는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법률에 근거해 귀농어·귀촌 지원계획 수립, 실태 조사, 귀농어·귀촌종합지원센터 지정 등이 잇따를 예정이다.

이 경우 기존 정착주민 지원 조례 역시 정주환경 종합계획 수립, 실태조사, 지원센터 운영 등을 명시하고 있어 기능 중복과 예산 낭비, 현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으로 정착주민 조례 등 관련 조례에 대한 정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08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