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돔에 의한 식도 천공 내시경 사진(왼쪽, 4장)과 흉부 CT 사진(오른쪽)으로 자리돔에 의한 식도 천공으로 인한 종격동 기종(노란 화살표: 생선가시, 하얀 화살표 (2) 종격동 기종). 제주대학교병원 제공
식도천공은 종격동염·농흉 등 합병증 초래자리돔 식도 이물 임상특성 SCI 저널 보고CT촬영 통해 진단…내시경으로 제거 가능
무더운 여름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자리돔 물회는 갈치국, 한치오징어 물회, 옥돔구이, 고기국수 등과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7대 향토음식이다.
그런데 맛의 일품인 이 자리물회를 잘못 섭취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자리돔의 가시가 목에 걸렸는데 제대로 조치 않고 방치했다가 적잖은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옥돔구이도 비슷한 경우에 속한다. 제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송현주 교수의 도움으로 식도 이물질(생선 가시를 중심으로)의 효과적인 대응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식도 이물질은 0~9세 사이의 소아에서 흔하며 주로 동전이 관찰된다. 성인인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생선을 즐겨 먹기 때문에 생선 가시가 가장 흔하다. 생선 가시는 옥돔, 벵에돔, 우럭가시, 장태가시, 굴껍데기 등 다양한 원인이 있고, 특히 제주지역에서는 자리돔 가시에 의한 식도 이물질이 흔하다. 이 밖에도 고령인 노인에게서는 치아와 고기 덩어리, 닭뼈 등이 식도 이물질의 원인이 된다.
식도 이물질에 의한 식도 천공은 드물지만 생선 가시에 의한 식도 천공의 경우 종격동염을 유발한다.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나 식도 천공은 종격동염, 농흉, 식도기관루, 종격동기종, 후복막 농양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높은 사망률을 초래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식도 천공 및 종격동염, 농양 등의 합병증은 24시간 이내에 병원에서 식도 이물질을 제거하면 줄일 수 있고, 치료가 천공 후 24시간 이내에 이뤄질 경우 사망률이 10% 이내지만 48시간 이후이면 사망률이 약 40~50%로 예후가 나쁘다.
자리돔 등 생선 가시가 식도에 걸린 뒤 제대로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음식물 섭취시 생선 가시에 대한 주의를 알리는 홍보가 필요하다.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자리강회, 자리구이, 자리물회. 사진=한라일보 DB
제주지역에서 자리돔은 농어목(Order Perciformes) 자리돔과(Family Pomcentridae)로 자돔, 자리, 생이리 등으로 불리며(영명: Whitesaddled reeffish, Coralfish, 일명: Suzumedai), 분포는 우리나라 남해, 일본 중부이남, 동중국해에 연안에 서식한다. 특히 제주도 해안에서 잘 서식하는 돔으로 제주도민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다. 이 생선은 주로 회와 물회, 조림, 젓갈 등으로 요리된다. 자리돔은 15㎝ 이내의 작은 생선으로 자리돔 가시는 직경이 3~4㎝ 정도로 다른 생선가시에 비해 굵고 제법 크다. 제주도에서 연중 특히 5~6월에 향토음식인 자리돔을 섭취 후 생선 가시 걸림이 종종 관찰되는데 대부분 가시를 제거한 후 퇴원한다. 하지만 뒤늦게 병원을 찾은 경우 식도 천공으로 장기간 입원 치료 및 항생제 치료를 하는 실례를 볼 수 있다.
제주대학병원 김흥업, 송현주 교수팀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SCI 저널)에 2012년도 제주지역의 자리돔 가시에 의한 식도이물의 임상 특성에 대해 보고했다. 2004년부터 2011년 사이에 '식도 이물질' 증상으로 제주대병원을 찾은 126명을 조사한 결과 61.1%(77명)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경우였다. 목에 걸린 생선 가시 가운데는 자리돔 가시가 36명(28.6%)으로 가장 많았고, '우럭볼락' 가시(14명, 11.1%) 순이었다.
목에 가시가 걸린 77명 중 75명은 내시경으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2명은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했다. 환자 10명 중 4명(31명.40.3%)은 가시를 빼낸 이후에도 식도 천공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고, 자리돔 가시를 뺀 후 평균 입원기간은 12.6일이었는데, 일반 생선 가시 입원 기간(4.7일) 보다 훨씬 길었다.
문제는 식도에 걸린 가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식도 천공이 종격동염이나 농흉, 후복막 농양 등의 합병증으로 악화되는 것은 물론 사망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식도에 걸린 생선 가시 때문에 사망한 사례가 있었고, 이처럼 목에 걸린 가시가 나쁜 예후를 나타내는 이유로 환자들이 목에 이물감을 느낀 후 한참이 지나 증상이 악화돼서야 대형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이번 논문을 보면 목에 자리돔 가시가 걸린 환자들(36명) 중 48시간을 넘겨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가 8명이나 됐다. 자리돔 등의 생선 가시는 일반 X-ray에서 33명 중 6명(18.2%)만 진단됐고,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100% 진단돼 내시경을 이용해야만 제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리돔 가시에서 가장 원인이 되는 부위는 뒷지느러미가시-담기골 복합체로서, 요리할 때 이를 제거하는 것이 자리돔 가시에 의한 식도 손상 및 천공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송현주 교수는 "길이 4㎝ 안팎의 가시를 식도에 걸린 상태로 24시간 넘게 내버려뒀다가는 이 가시가 대동맥을 뚫을 수도 있다"며 "자리돔 등의 생선을 먹은 후 목에 이물감이나 흉부에 통증이 있을 때는 가시가 식도에 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응급 내시경이 가능한 대형 종합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