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벽 붕괴·공수 부조화 속 휴식기에 돌입
올 시즌 초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꿈꾸던 제주유나이티드(SK에너지축구단, 이하 제주)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상위스플릿 잔류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제주는 지난 2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에서 1-3으로 패하며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특히 이날 승리로 3위로 올라선 전남과의 승점차가 8점차로 벌어지면서 ACL진출 마지노선인 3위 자리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6위까지 잔류하게 되는 상위 스플릿에도 다소 버거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는 이날 전남과의 경기에서 김병지의 700경기 출전을 자축하는 전남의 분위기에 휩쓸리며 완패했다. 노상래 감독 및 김병지와 절친인 제주의 조성환 감독은 팀의 패배로 씁쓸한 뒷맛을 안고 제주로 돌아와야 했다. FA컵까지 포함하면 3연패인 제주는 지금부터 문제다. 선두 전북은 승점 50점으로 멀찌감치 달아나고 있고, 2위 수원도 비록 전북에게 패하며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승덤 40점으로 비교적 순탄한 항로를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전남이 파죽지세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ACL 진출가능성의 꿈을 꾸게 됐다. 전남에 이어 서울이 승점 35, 포항과 성남이 각각 34점으로 6위까지 포진했다. 인천과 광주가 승점 30점으로 호시탐탐 6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8위와 승점차가 1점에 그치고 있지만 분위기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제주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로 인한 휴식기에 돌입했다. 제주의 입장에서 이번 휴식기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휴식기 이후 성남과 수원, 인천, 광주전까지 4연전을 어떻게 치르냐에 따라 올 시즌이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는 무엇보다도 무너진 수비벽을 다시 구축해야 하고 공수부조화를 빠른 시일내에 해결해야 한다. 지난 7월 4일 인천과의 홈 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매경기 2골 이상씩을 내주는 허술한 수비를 노출시켰다. 알렉스의 부상에 따른 장기 공백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렇지만 오반석을 중심으로 한 수비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좀처럼 예전의 견고한 수비벽이 재구축되지 않고 있다. 영입해온 백동규도 아직까지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격 역시 로페즈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오랜 공백을 깨고 출장한 까랑가는 전남전에서 골을 허용하는 수비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조성환 감독이 전남전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전 수비수들의 공백으로 조직력이 쉽게 무너졌다. 향후 조직력을 잘 다지는 것이 과제로 남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과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라는게 중론이다. 보름간의 휴식기가 제주에게 보약이 될지, 독약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