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우리들의 감귤'을 위하여

[월요논단] '우리들의 감귤'을 위하여
  • 입력 : 2015. 08.17(월)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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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제주를 방문했던 영국의 감귤 수입바이어가 제주감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좁은 섬에서 감귤만 집약적으로 많이 재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과수원 하나하나의 면적이 이렇게 작은 것을 보고 두 번 놀랐다고 한다. 또 놀란 것은 밀식된 과수원의 감귤나무가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어떻게 그 틈 사이로 농사를 짓느냐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내놓은 말은 농산물도 상품인데, 국내 가격에 따라 툭하면 수출계약 물량을 어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들의 감귤'의 자화상일 것이다.

지난 8월 초에 발표한 '감귤혁신 5개년 계획'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의식혁신'이었다. 사과, 배, 딸기, 토마토가 좋은 가격을 받는 이유는 재배농가들이 농사기술로 높은 품질을 생산한다는 의식혁신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단체는 이번 계획과 관련하여 두 번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 번은 가공용 감귤 수매가격 지원을 폐지한다는데 대한 반대 성명이었다. 또 한 번은 단계적으로 축소시키는 것을 환영한다는 성명이었다. 결국 비상품 감귤 지원여부에 생산자단체와 농업인단체가 일희일비한 셈이다. 이런 의식이 만연해 있다면 '우리들의 감귤'의 미래는 험난할 것이다.

모든 과수 중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생산량이 많은 것이 감귤이다. 10a(300평)당 3톤이 넘기 때문이다. 배는 감귤의 2/3인 2톤 정도를 생산한다. 사과는 그보다 적은 1.5톤 내외를 생산한다. 배와 사과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적은 이유는 따로 있다. 꽃이 많이 피면 꽃따기로 솎아내고, 열매가 많으면 2~3회 열매를 솎아내고, 마지막으로 봉지를 씌우기 전에 다시 비상품을 따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소비자에게 상품만을 내놓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작년에 생산자단체가 1번과 상품화를 요구했다. 소비자들이 1번과를 선호하여 상품 유통을 주장하려면 적어도 '우리들의 감귤'을 위해 8번과를 비상품으로 분류하는 것도 요구했어야 했다. 기존의 상품규격인 52~70mm를 49~70mm로 늘려도 적정 유통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더하기 빼기'도 계산 못한 것이다.

어떤 과일도 행정에 비상품 처리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비상품과를 최대한 줄이고 생산자단체든 영농조합이 주스, 와인, 잼을 만들어 팔거나 기능성을 홍보하면서 비상품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감귤'처럼 비상품도, 적정 생산도, 가공산업도, 계통출하도 모두 행정에 의지하지 않는다.

농·감협을 통한 계통출하량이 계속 줄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농·감협이 좋은 가격에 감귤을 팔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료와 농약을 취급하는 담당자가 농업인보다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농·감협이 조합원이 생산한 감귤을 좋은 가격에 팔지 못하고 농사기술을 지도할 수 없다면 농감협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감귤혁신 5개년 계획에는 예전에 없었던 사자성어가 들어 있다. 동심동덕(同心同德)이다. '상서'에 따르면 군사 숫자가 적은 주나라 무왕이 수많은 군사가 있는 상나라 주왕을 이긴 비결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다 같이 힘을 합친 동심동덕 덕분이라고 한다.

'우리들의 감귤'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과녁은 비상품 감귤 처리가 아니다. 최고가격을 받는 상품 감귤에 과녁을 정하고 활시위를 겨누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감귤'을 위한 바른 길일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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