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정상용 (주)씨포스트 대표이사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정상용 (주)씨포스트 대표이사
국내 주요 행사 도맡으며 이벤트업계 강자로 ‘우뚝’
  • 입력 : 2015. 09.23(수)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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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체육대회 개·폐막식 수주
업계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 주목
정면돌파 방식 수주 성과로 나타나
"‘무’에서 ‘유’ 만드는 일에 희열
제주문화 담은 테마파크 조성 목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국내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이벤트 산업.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붐이 시작되더니 경제성장과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경쟁적으로 만들어지는 축제와 더불어 고도의 성장을 해왔다.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벤트 업계에서도 특히 제주출신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벤트 연출가이면서 2002년 설립 이후 국내 3대 체육대회(전국체육대회·전국생활체육대회·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폐막식을 업계 최초로 모두 수주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주)씨포스트의 정상용(46) 대표가 그 주인공. 설립 13년차 (주)씨포스트를 이끌어오며 국내 주요 축제와 행사 기획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정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만났다.

"이벤트 회사의 경쟁력은 인적자원과 기획력입니다. 연출이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인만큼 직원들의 역량이 우선적으로 중요시되지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폐막식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제주출신 김태욱 감독이 바로 씨포스트의 일원입니다. 기획력도 중요합니다. 경쟁입찰에서는 남들이 생각하는 수준에서 준비하면 100% 떨어진다 봐야 하는데 여기서 기획력이 요구됩니다. 이를테면 숫자를 0에서부터 세는 게 아니라 100에서부터 거꾸로 세어보는 식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거죠. 씨포스트는 이 두가지 역량을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벤트 업계의 업력은 주로 어떤 행사를 수주해왔느냐는 것으로 결정된다. 정 대표는 2002년 회사 설립 이후 전국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을 수회 맡아온 것은 물론 올해에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책임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제주 관련 행사로는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 광화문행사(2012), 제주해녀축제(2010), 제주월드컵문화행사 총감독(2002) 등이 그의 작품이다. 정 대표는 일반 축제, 전시 행사는 물론 업계에서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대규모 체육행사도 섭렵함으로써 남다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 체육행사 개·폐회식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정 대표가 이끄는 씨포스트는 유독 지자체나 정부기관 행사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전체 유치 행사 중 기업이 20%, 관 행사가 80%를 차지할 정도다. 경쟁입찰인 만큼 다년간 여러 지자체의 행사를 도맡아 오면서 얻은 명성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정부의 주요 행사를 두루 기획하면서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문화부장관 표창 등 다수의 정부 표창을 수상했습니다. 민간기업이 정부 표창을 받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그만큼 회사의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관 행사를 따내는 것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그의 무모한 고집이 만들어낸 의외의 성과다. 행사 수주를 위해 신설 기업의 경우 기존 광고대행사의 이름을 빌려서 입찰에 들어가는 게 관행이었는데 그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씨포스트라는 회사 이름으로 입찰에 들어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광고대행사의 이름을 내걸고 행사를 수주하더라도 결국 그 경력은 광고대행사 몫이 됩니다. 저는 설사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관련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할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허무맹랑한 용감함이었다고도 생각되네요(웃음)."

실제 그는 이러한 뚝심으로 수차례의 도전 끝에 회사 설립 2년만인 2004년 30억원대 전국체육대회 개·폐회식을 수주해냈다.

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특채로 취업한 KBS 계열사인 KBS아트비전에서 기획일을 처음 배웠다. 방송과 관련되지 않은 정부 문화사업, 박람회, 체육대회 입찰 등을 담당하는 사업부였다. 재직당시 2001년 제주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행사 총감독을 맡았고 2002년 회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전 직장에 대해 어머니가 매우 만족해하셨기 때문에 차마 퇴사 2년간은 그만뒀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단 한푼도 부모님의 지원없이 사업체를 꾸려나갔는데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탄탄하게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사업체를 이끌어가고 주위의 인정도 받을 수 있으니 행복할 따름이지요."

그러나 정 대표라고 해서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 우뚝 서기까지 숱한 시행착오와 고비도 넘겼다. 총리를 비롯해 2만여명이 모여든 대규모 행사에서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경위서를 작성해보기도 했고, 지역축제 불꽃놀이를 하다 화재로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겪었다. 그리고 외부환경에 취약한 이벤트업계 특성상 항상 어려운 시기는 있어왔다. 지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예정돼 있던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기도 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 때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심지어 남북 대치 상황, 국내 경기 등에도 이벤트 업계는 항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잦은 출장과 주말 근무 같은 업계 특성상 감수해야 하는 부분은 매일 이겨내야 할 어려움이다.

"거의 모든 행사나 축제가 주말에 이뤄지므로 이벤트 업계 종사자는 거의 일주일 내내 일을 해야하는 어려움도 많습니다. 1년에 6개월 정도는 출장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얼마전 채용한 신입사원은 회사로 출근 둘째날부터 전국 각지로 출장을 다녀 6개월만에 다시 사무실로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기에 그 희열을 느껴본 뒤에는 빠져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정 대표는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연예기획사 (주)쇼웍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걸그룹 스마일리지를 데뷔시켰다. 제주인으로서 정 대표는 남다른 포부를 갖고 있다. 고향 제주에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제주의 문화를 담은 테마파크를 짓는 것이다. 이미 구상 단계를 넘어서 지난 2009년 씨포스트 제주를 설립,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이벤트 사업을 하다보니 마케팅과 광고 공부, 더불어 문화, 예술, 트렌드도 읽어야 하는 게 그의 일이 되면서 제주도의 콘셉트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이어진 일이다.

"제주는 자연유산이 빼어납니다. 그런데 관광객들에게 제주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제주와는 상관없는 박물관들만 너무 많지요. 이곳만 가면 제주도를 제대로 봤다고 생각할 만한 콘텐츠가 있는 테마파크를 짓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정상용 대표는 누구?


제주시 구좌읍 출신의 정상용 대표는 제주 세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대학교 출판광고학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KBS 아트비전 사업부에서 경력을 쌓은 뒤 씨포스트를 설립했다. 그동안 진행했던 주요 행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주제공연 총연출(2003), 전국체육대회(2004), 서울국제원예박람회(2005), 서울세계불꽃축제(2014),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책임프로듀서(2015),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개폐회식 연출제작단 부단장(2015) 등이 있다. 현재 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객원교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겸임 교수로 강단에도 서고 있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 한국축제컨텐츠협회 이사로 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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