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대담/책과 함께 커가는 제주]'책을 읽어주는 할머니'

[독서대담/책과 함께 커가는 제주]'책을 읽어주는 할머니'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이야기
  • 입력 : 2015. 11.06(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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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초등학교 2학년 김지민양과 어머니 이도현씨.

매일매일 전화로 책 읽어주는 손녀의 모습 뭉클
책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그림 또한 매우 인상적

'책을 읽어주는 할머니'
/ 글 김인자·그림 이진희


▶ 글자를 읽지 못하는 외할머니를 위해 손녀딸은 매일 밤 전화로 그림책을 읽어 드립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한글을 깨쳤던 자신을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아이는 1년 동안 할머니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외할머니가 당신의 팔순잔치를 하는 날 손녀딸이 그 동안 읽어주었던 그림책을 가족들에게 읽어준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딸과 친정엄마 사이의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 쓴 글입니다.

▶ 그림 작가는 은은한 유화로 이 따뜻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이야기를 또 하나 숨겨두었습니다. 바로, 날기를 꿈꾸는 펭귄의 이야기이지요. 할머니가 책을 끝까지 다 읽을 때 비로소 펭귄도 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펭귄의 그림자를 '새'로 그려 넣습니다. 그림책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찾아가 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입니다.



남원에 있는 소셜문화공간 '이디'에서 김지민(남원초2학년) 어린이와 이도현(45세) 어머니의 독서 대담이 진행됐다. 누군가는 책과 여행을 삶의 쉼표라 했다. 지민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유쾌한 답변이 진한 커피 내음 가득한 공간을 채웠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부위원장. 이하'안')=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지민(서귀포시 남원읍 남원초등학교 2학, 이하'김')= 안녕하세요. 저는 남원초등학교 2학년 2반 김지민입니다(힘차게). 제일 좋아하는 취미는 그림그리기이고, 좋아하는 음식은 초콜릿입니다.

▶이도현(지민이 엄마, 제주에 입도한지 약 두달된 새내기 도민, 이하'이')= 안녕하세요. 지민이 엄마입니다. 아홉 살 된 딸과, 여섯 살 된 아들을 둔 새내기 제주맘입니다.

▶안= 제주에서 살아보니 어떤가요.

▶이= 먼저 제주에서 사는 것이 너무 편안하네요. 제주 생활은 서울과 달리 너무 분주하지 않아서 좋아요. 뭐니뭐니해도 제주 자연이 보물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오름과 바다를 보고 있으면 제주살이의 즐거움이 새록새록합니다.

▶김= 저는요 바다에서의 모래장난이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말타기도 즐겁고요. 사진으로만 보던 말을 직접 타보니 너무 좋았어요.

▶안= 제주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이= 건강을 먼저 챙기기 위해서 왔어요. 원래 계획은 나중에 은퇴해서 오기로 했지만 이러저런 큰일을 겪고서 행복한 일을 너무 미룰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시기를 당겼죠. 서울에서 생활은 다 아시겠지만 너무 바쁘고 분주했어요. 주말이면 주중에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마음 때문인지 놀러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도 있었어요. 그런 주말을 보내고 나면 어딘가를 가서 놀다오고 했지만 그게 진정 아이들과 주말을 잘 보낸 것인가도 의문이 들더군요. 한마디로 행복지수가 너무 떨어졌었어요. 조금 소박하게 살더라도 '일상적인 쉼'이 있는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죠. 행복하기 위해서 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겠죠.

▶안= 그럼 책에 관련해서 얘기해 볼까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어떤건가요.

▶김= 할머니가 해주는 소고기 장조림이 너무 맛있어요. 할머니는 오셔서 꼭 맛있는 음식을 해주세요. 할머니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솔직히 음식을 해주시는 할머니를 기다렸어요.

▶이= 사실 지민이가 서울에 있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들르셔서 지민이를 보는 것이 그분들 낙이었지요. 특히 지민이가 얘기한 할머니는 외할머니인데요. 엄마가 음식을 잘하셔서 아이들과 남편이 특히 어머니를 기다렸죠.

▶안= 그럼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김= 제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려서 드렸던 적이 있는데 그것을 너무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남동생 민재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고, 또 할머니에게 뽀뽀도 잘해줘서 너무 좋아해요.

▶이= 지민이가 태어났을 때 위로 조카 차이가 18년이기에 너무 좋아셨어요. 다른 조카들은 너무 커서인지 어머니, 아버지께서 저희 아이들을 너무 잘 챙겨주셨죠. 특히 지민이 할아버지의 애정이 남달랐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안= 이 책의 내용은 어떤 것이죠.

▶김= 주인공 민정이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통해서 책을 읽어주었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글을 모르는 분이셨어요. 1년 동안 책을 매일 읽어줘서인지 할머니는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할머니 팔순 생일 잔치에 오신 분들에게 손녀인 민정이가 읽어준 그 그림책을 읽어주었지요. 그리고 끝!

▶이= 저는 책 내용도 감동적이었지만 이 책이 그림책이어서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 하늘에서 글자가 빛나며 할머니 앞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지요. 물론 그림이 상징하는 것은 손녀 민정이의 열정이 할머니를 문맹에서 변화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죠.

▶안= 할머니를 위해서 무려 1년 동안 책을 읽어주었는데.

▶김= 민정이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1년 동안 할머니 앞도 아니고 전화기를 잡고서 책을 읽어주는 것은 힘든 일이잖아요. 그렇지만 할머니가 글자를 결국 알게 된 것을 생각하면 민정이는 할머니를 사랑하는 아이라고 생각되요.

▶안= 지민이는 책을 좋아하나요.

▶김= 별로요. 그렇지만 만화책은 좋아해요. 마법 천자문은 끝까지 읽었어요(웃음).

▶이= 저는 지민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랍니다(큰웃음).

▶안= 지민이는 그럼 세 살 터울인 동생에게는 책을 읽어 주나요.

▶김= 가끔은 읽어줘요. 동생 민재는 지금 여섯살인데요. 글자를 아직 잘 몰라요. 이 책을 읽고서 생각해보니 동생에게 책을 꾸준히 읽어주면 민재가 글자를 빨리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안= 주인공인 민정이 처럼 지민이가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어떤 책을 읽어주고 싶은가요.

▶김=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슬픈 책은 1학년 때 읽은 '모짜르트'인데요. 그 책을 할머니에게 읽어주고 싶어요. 그렇게 음악에 천재인 모차르트가 35세에 죽은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안= 주인공인 민정이 엄마가 왜 울었을까요.

▶김= 민정이 엄마는 자기 엄마인 할머니가 글을 알게 되어서 너무 기뻤던 거에요. 그래서 감동이 되었지요. 그러잖아요. 감동되면 가슴이 쿵쿵 뛰고 눈물도 나게 되잖아요.

▶안= 집에서 아이들과 책을 자주 읽으시나요.

▶이= 예전에는 자주 읽었어요. 지민이가 유치원 때는 열심히 읽었는데 어느 순간 바쁘다보니…. 그래서 제주에 와서 열심히 읽으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주에 온 목적이 책읽기라고 해도 좋을 듯 하네요.

▶안= 예전에 어느 어머님이 얘기하더군요. 자기는 매월 날을 정해서 아이에게 책을 한권씩 사주고 있다고요. 그리고 아이가 커서 자신을 떠나면 매월 자기에게 책을 사서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지요. 자녀가 용돈을 보내주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잠시나마 엄마가 무슨 책을 좋아할까 혹은 엄마에게 이번 달에는 무슨 책을 보낼지를 생각한다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는 얘기인데요.

▶이= 아주 좋은 얘기네요. 우리 집도 바로 실천하고 싶어요. 서점에 가서 아이에게 책을 사주고 그 책을 함께 읽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지민이가 커서 저를 떠나게 된다면 매월 책을 사서 보내도록 하고 싶어요. 그럼 용돈은 책 값을 포함해서 더 보내야 되나요(웃음).

▶안= 가족이란?

▶김= 아빠, 엄마, 민재 네사람이죠.

▶이=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라고 생각되네요. 열심히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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