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 거울을 보는 사람

[하루를 시작하며] 거울을 보는 사람
  • 입력 : 2015. 11.11(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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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두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듯이 거울을 볼 줄 아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거울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거울 속에 나타난 자기 모습의 외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내현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과 심안이 있다.

일상적으로 거울을 보며 사는 삶은 용모를 단정히 하고 아름다움을 가꾸고 예의를 지켜 품격을 높이고자 함이다. 밝고 환하게 웃으며 깨끗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남에게 좋은 이미지와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동서고금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웃음은 만국의 언어이며 화평함의 상징이다. 그래서 아기의 웃음은 부모의 행위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한다. 한국의 속담에 웃는 얼굴엔 침을 뱉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서구 사람들도 생활의 첫 신조가 스마일(smile)이다.

불가에서도 돈을 쓰지 않고 보시하는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는데 그 첫째가 자비로운 얼굴로 사람을 맞이한다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가 있다.

거울의 제유형을 살펴보면 먼저 명경(明鏡)을 들 수 있다. 명경은 어둡고, 괴롭고, 간사한 부정적인 모습 등을 씻어내고, 밝고 맑은 표정으로 치환하는데 있다. 이런 표정관리의 기본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서 출발하고, 마음의 요체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속에 내재되어 있다.

그 다음은 심경(心鏡)이다. 자신의 마음을 거울에 비춰보면 사람은 누구나 선악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 갈등을 겪을 때마다 수시로 마음의 거울을 보게 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건전하고 타당한 일인지, 타당하다면 언제부터 해야 할 것인지, 해야 할 일 중에 무슨 일을 먼저 할 것인지를 심경으로 보면 그 내용을 훤히 볼 수 있다. 알고도 못 깨치면 그는 희망이 없는 사람이다.

다음에는 업경(業鏡)이다. 인간은 누구나 움직이며 사는 동물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현실에 맞춰가며 살아가는 게 업경에 숨어있는 지혜이고 슬기이다. 불가에서도 "너의 전생을 알고 싶으면 네가 지금 받고 있는 것을 보라"고 했고, "내세의 삶을 알고 싶으면 네가 지금 하는 행위를 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네 삶은 자작자수요 자업자득이 아닌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도 업경에 비추어 살아가는 게 향기로운 삶이다.

다음에는 사경(史鏡)이다. 개인이나 가정, 국가에는 그 나름대로 살아온 역사가 있다. 역사는 투쟁이고 창조이고 교훈이기에 역사를 통해 깨닫고, 배우지 못하여 과오와 실패를 거듭한다면 개인이나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걸어온 인생 역정을 돌이켜 보면 보석 같은 교훈과 추억이 서려있다. 그때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하고, 공부하고, 행동했더라면 하고 후회도 되지만 얻는 것도 많다. 인생은 언제나 일회전이고 결승전이다.

다음에는 천경(天鏡)이다. 노자가 말하기를 사람은 땅을 본받아야 하고, 땅은 하늘을 본받아야 하며, 하늘은 도(道)를 본받아야 하고, 도는 자연을 본받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결국 사람은 자연을 본받아야 된다는 뜻이다. 자연에는 순리만 있을 뿐 역리는 없다. 일리(一理)가 구리(九理)를 잡아먹는 현실 세파에서 나의 삶을 천경에 비춰보니 자괴지심(自愧之心)이 인다. 불현듯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일본 교토 동지사대의 교정에 고고하게 세워진 서시가 어른거린다. <부희식 전 사대부고 교장·제주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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