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제주 제2공항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면

[한라칼럼] 제주 제2공항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면
  • 입력 : 2015. 11.17(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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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 발표로 제주도가 떠들썩하다. 10년 뒤인 2025년부터 제주도는 2개의 비행장 운항체제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해 1000만 명 이상 항공편을 이용 방문하는 제주도에서 공항인프라 확충은 최대의 이슈였다. 많은 도민들이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은 이처럼 비행장 건설이 환영일색이지만 애초 제주도 비행장의 역사는 흑의 역사였다. 일제의 침탈에 따른 도민의 고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비행장은 일제강점기 중국 대륙 침략을 위해 대정읍 모슬포에 건설한 일명 알뜨르 비행장이 시초다. 1931년 초반부터 일제는 모슬포 평원에 비행장 건설에 들어갔다. 이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군사비행장으로 활용했다. 3차례에 걸쳐 220만㎡까지 면적이 늘어났다. 이곳에서 중국 상하이와 난징공습이 이뤄지는 등 일제의 중국대륙 항공폭격의 거점 역할을 했다.

일제의 침략 전쟁을 위한 비행장 건설은 곧 지역주민의 희생과 공동체의 파괴를 불러왔다. 알뜨르 평원 일대에 자리했던 마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이 해체되고 경작하던 땅은 반강제로 수용되기에 이른다.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인근 마을로 옮겨가야 했다. 알뜨르 평원은 일제의 전쟁기지에서 이후 대한민국 국방부 소유로 변했다. 주민들에게는 아픔과 비극의 땅일 수밖에 없다.

비단 이뿐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조그만 섬에 태평양전쟁 당시 4개의 비행장 체제가 가동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다. 알뜨르 비행장을 필두로 조천읍 진드르에는 제주동비행장이, 교래리에는 자살특공용 비밀비행장이 진행중이었다. 현재의 제주국제공항 역시 전신은 일본 육군이 만든 제주서비행장이다. 일제는 1942년 무렵부터 정뜨르 평원을 다져 군비행장으로 활용했다. 제주도 비행장은 일제에 의해 토지를 수용당하고 강제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던 아픔과 비극의 현장이다.

그러한 비행장의 역사를 딛고 제주 제2공항은 앞으로 10년 뒤면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 섬이라는 지정학적 여건과 관광의 핵심인 제주도에서 공항은 필수요소다. 다른 대안을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제2공항 건설 계획에 거의 맹목적이다시피 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공항 건설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정든 삶의 터전을 수용당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성산읍 지역의 다른 지방 소유 토지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니 원주민은 여기에서도 쪽박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 제2공항은 폭증하는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양적 팽창에만 치우친 정책은 부작용이 따른다. 제주 관광정책이 언제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만 목을 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기대하는 것처럼 제2공항만 이뤄지면 제주 미래 성장과 발전은 순조로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럴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제2공항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느냐에 대한 전략이다. 미래 성장전략도 재검토하고 관광정책의 패러다임도 고민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아픔을 보듬고 건설과정에서부터 각종 변수에 치밀히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제2공항의 화려한 비상은 결국 제주도의 대응역량에 달려있다. <이윤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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