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잃는 것

[목요담론]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잃는 것
  • 입력 : 2015. 11.26(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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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제주도 숲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제주도 면적은 약 1833.5㎢이다. 그 중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888.7㎢이니 제주도의 약 반이다. 그중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리기 쉬운 곰솔과 소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숲은 산림면적의 약 18%인 163㎢ 정도가 된다. 이 숲에는 직경 20~80㎝ 정도의 나무 약 1200만 그루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 나무들이 살고 있는 숲 대부분이 저지대 제주도민이 살고 있는 곳과 겹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나무들이 일시에 사라진다면 경관도 따라서 급격히 바뀌게 될 것이다. 아주 황량하면서도 공허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소나무 숲을 지켜내지 않으면 그동안 보호하고 가꿔온 나무들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 나무들이 맡아온 역할들, 경관만 아니라 종 다양성 유지, 방풍, 모래날림 방지, 지하수 함양, 토사유실 방지, 휴양, 기타 숲이 담당해 온 모든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기능을 일시에 잃게 되는 것이다.

재선충병은 2004년도에 제주도에서 처음 관찰되었다. 그 이후 완만하게 증가하여 2012년까지는 7만 그루에 불과했었다. 그러던 것이 2014년도에 54만5000그루로 급격히 늘었고, 작년부터 금년 봄 사이에도 54만 4000그루가 감염되었다. 이와 같은 양은 이 기간 전국 감염 나무 175만 그루의 31%에 달하는 것이다.

이 병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총 동원하고 있다. 2차 확산을 막기 위하여 감염목을 제거하는 방법, 예방을 주목적으로 하는 나무주사, 항공방제, 페로몬 트랩, 한 여름에 모기를 방제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의 연막방제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1000 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112만 본을 제거 했으며, 연인원 13만명과 6만 여 대의 장비가 투입되었다.

금년도에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산림청이 학계, 전문가, 환경단체, 기타 유관기간을 총 동원하여 지금까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등 방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우리는 어떤 것, 어떤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가꾸어온 나무, 그 부산물, 간접적 공익기능, 예산, 행정력, 앞으로 복구에 들어가야 할 비용 등등. 이런 것들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한편 한발 물러서 들여다보면 그 외에도 잃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꾸어온 숲은 이러한 기능과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제거되고 있는 나무들은 어림잡아 20년생에서 60년생에 이르는 나무들이다. 그만한 세월이 걸린 숲이다.

이제는 이 숲을 활용한 여러 가지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창조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하던 숲의 기능과 가치, 숲 치유, 생태관광, 휴양, 산림문화 같이 이 시대에 떠오르고 있으면서 가능성도 무한한 미래가 펼쳐져 있다. 이제는 제주도 숲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며, 미래세대에게 어떤 모습의 숲을 물려 줄 것인가와 같은 미래비전을 정립할 때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방제에 함몰된 이 시점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오랜 세월 기다린 끝에 맞이하는 기회다. 이것은 소나무재선충병제를 조기 완결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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