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 섬이 나직이 내려다보는 섬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섬이 나직이 내려다보는 섬에서
  • 입력 : 2015. 12.02(수)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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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이 2025년이 되면 포화되어 신 공항을 건설하거나 현 공항을 확장하는 안을 두고 제주도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고민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을 전제로 한 고민이었다. 제주도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일이 관광이다. 1차 산업 외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관광객을 끌어들여 주머니를 털게 하는 일이 제주도가 살아남게 되는 생존의 방법이라면 참 따분한 일이다.

최근 우도를 찾아 선착장에 내렸을 때, 우도는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섬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차만도 많은데, 도항선을 통해 차들은 왜 그리도 줄을 지어서 우도를 찾는 것인지. 우도의 아름다움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마음은 짐작되고도 남지만, 그래서 제주도의 살림이 나아진다면 더욱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딱히 무슨 이유를 떠올릴 것도 없이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짓밟히는 느낌이었을까.

문득, 과대망상이란 말이 떠올랐다. 어디 우도뿐이랴. 제주 전 지역이 유락관광 특구인 것 같다. 보존해야 한다는 곶자왈 숲이며, 생태 환경인 중산간 지역 여기저기 호텔이며 모텔들이 들어서서 척수를 뽑아내고 있다. 며칠 전 고향 선배의 밭에서 콜라비 수확을 도와주었는데 마치고 차라도 한 잔 하자며 찾아간 곳이 서울에서 언제 마셔봤던 바리스타 커피전문점이었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전문 바리스타의 커피 맛을 볼 수 있다며 선배는 흡족해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머릿속으로는 과대망상과 연결되었다는 것인데, 왜 그리도 가슴이 쓰리고 아팠을까.

이제 신 공항 부지가 확정되었다. 성산일출봉을 오른편으로 하고 남북으로 건설된다고 한다. 그러면 신 공항 동쪽은 제주도가 그토록 관광객들에게 팔아먹은, 7대 자연경관이며 유네스코 자연유산이라고 떠벌린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위치하게 된다. 현재의 제주공항을 생각한다면 향후 10년도 못 돼서 그곳은 오늘과 전혀 다른 곳이 되고야 말거다. 이것은 순화가 아니다. 과대망상으로 인해 얻게 되는 몰골일 뿐이다.

오래지 않아 몇몇 환경운동이니 사회운동이니 떠벌리며 다니는 사람들로부터 제주도 자체가 휴식년제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만 같다. 그토록 신념이며 눈물로 호소하고 저항했던 강정의 문제는 동네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성산일출봉 앞으로 가로지르는 신 공항의 이야기로 제주도는 한동안 몸살을 앓을 게 틀림이 없다. 그리고 곧 잊어버리게 된다. 이것은 모두 제주도민들의 과대망상 증후군이다. 그렇게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와줘서 제주도민들에게 얼마나 고매한 삶의 질이 주어지고 있는 것일까.

섬이 섬을 나직이 바라보고, 또 섬이 섬을 우러러보며 풍경을 그리고 가슴에 담고 살았던 날들은 묵언의 소통이기도 했다. 한라산에서 제주도를 내려다보면 여기저기 기워져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제주도의 숨골이라고 하는 곶자왈이 골프장으로 변하며 비닐로 기워놓은 것처럼 반짝거린다. 온대와 난대가 뒤섞인 동광과 서광에서 무릉리를 지나는 숲 바로 위에 신화역사공원과 영어도시를 건설해서 제주도의 비전을 떠벌리고는 했지만 정작 제주도민들에게는 도대체 무엇인가. 곧 터전을 잃어버린 '성북동 비둘기'들이 외제차를 타고 하는 일 없이 그곳을 지나며 더러 눈물을 흘리곤 할 것인가.

망상이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쯤 살아있는, 그러나 몹시도 힘들어하는 제주와의 소통이 절실하지 않은가. 이제는 제주를 향해 울부짖을 게 아니라, 제주가 전하는 메시지를 수신할 때가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이것만이 소통이다. <좌지수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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