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 "꽃은 누구를 위해 피지 않는다"

[편집국25시] "꽃은 누구를 위해 피지 않는다"
  • 입력 : 2015. 12.03(목)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서 도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보강공사와 전망대 철거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7월 중문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높이 70m 폭 20m의 해안절벽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에 대해 제주신라호텔측이 지난 11월29일 답변한 내용이다.

처음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행정에서는 "전날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붕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비로 인해 붕괴가 일어났다고 하기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붕괴된 토사량이 500톤(서귀포시 추산)으로 그 양이 상당했고 예전에 태풍이나 더 큰 집중호우에도 절벽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두달여 전에는 붕괴된 지점 약 3m 위에 신라호텔에서 조성한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라는 휴게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때문인지 행정에서는 뒤늦게 안전자문단을 꾸리고 절벽과 건축물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호텔측이 건축한 휴게시설이 절벽과 너무 가까이 지어졌으며, 이로 인해 하중을 지반에 전달하는 내력 범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전날 내렸던 빗물이 절벽에 영향을 미쳐 붕괴된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신라호텔은 자체 안전진단에서 건축물이 절벽붕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자진 철거 계획을 세웠다.

원인 여부를 떠나서 신라호텔의 결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휴게시설을 짓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철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이 그동안 관광개발지구로서 용인됐던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유지 개발과 경관 사유·독점화 문제에 대한 '경종'이 되길 바란다.

"꽃은 누구를 위해 피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제주의 자연경관은 몇몇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은범 편집부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21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