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왜 따냐."
집안 감귤 수확을 돕고자 밭에 가서 들었던 말이다. 현재 제주도는 말한 그대로다. 농심은 타들어가고 감귤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겨울에 장마처럼 내린 비로 제때 수확을 하지 못한 감귤은 부패과와 부피과가 생기면서 상품성이 떨어졌다. 잇단 궂은 날씨로 감귤수확이 지연됨에 따라 선과 처리에 애를 먹는 농협은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황.
상품 처리에도 애를 먹는데 비상품 감귤 처리는 오죽할까. 비상품 가공공장은 밤낮 가리지 않고 선과에 들어간다지만 수확을 제때 못해 밀려드는 감귤에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에 이르렀다. 농민들은 날씨가 좋아 감귤 수확에 미소를 짓더라도 감귤 처리에서 다시금 울상을 짓게된 것이다.
감귤뿐만 아니라 월동채소의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 무, 양배추와 당근 등도 역시 잦은 비날씨로 품질이 떨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병해충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분위기다.
최근 한중FTA 비준안 통과와 함께 농산물 가격이 연일 폭락하자 참다못한 농민들은 도청 정문에 집결했다. 이들은 "자연재해로 농작물이 썩어가 한해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린 상황에서 한중FTA 비준안을 체결한 정부와 국회가 야속해 길거리로 나왔다"며 "썩어 문드러진 콩과 농산물을 갈아냈듯이, 우리 농민들은 박근혜 정부와 기존 정치권을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 기자회견 도중 이들은 현 농업정책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감귤과 콩, 월동채소인 무와 양배추 등을 도청 정문 앞 아스팔트에 쏟아 뿌렸다. 억눌렸던 농심이 폭발한 것이다.
도는 최근 노지감귤과 월동채소의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총력 기울인다지만 이미 폭발한 농심을 달래기엔 역부족해 보인다. 하늘을 원망해야 할 도정…. 오늘 또한 비가 예보돼 있다. <이태윤 뉴미디어총괄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