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딸이었을까? 얼마나 사랑하는지 엄마한테 말한 적이 있었나?… 그런데 만약에 엄마가 모른다면 엄마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줄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한 걸까?(본문 중)'
저자 중 한명인 나타샤 페넬은 자신의 엄마가 루푸스라는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뒤 죽을 수도 있다는 현실 앞에서 오열한다. 그리고 자기가 엄마를 얼마나 엄마로서 흠모하고 존경했는지 알려줄 시간이 남아있는가 자문한다. 그래서 엄마가 죽기 전에 좀 더 아름다운 관계,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이 책은 노년의 엄마와 중년의 딸의 관계 개선, 혹은 용서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쓰기로 결정한 저자는 아일랜드 언론인인 로이진 잉글과 함께 책을 쓰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하기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 '좋은 딸 되기 클럽'을 결성한다. '그래도 딸 그래도 엄마'는 클럽 멤버 9명이 6개월 가량 만나 나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처음 구상 제목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와 해야 할 열가지'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딸들은 엄마와 관계개선을 위해 서로 '엄마과제'라는 것을 실행한다. 저자 중 한명인 나타샤의 엄마과제는 엄마에 대해 알기, 엄마와 여행하기, 엄마의 생일 축하하기, 엄마와 함께 음식하기, 엄마에게 최신 기술 알려주기, 엄마에게 참을성 있게 대하기, 엄마의 주치의가 되지 말기, 엄마의 간섭을 허용하기, 엄마 앞에서 언어에 신경쓰기, 엄마의 장례식을 계획하기다. 책 속의 딸들은 이 '엄마과제' 대부분을 성공하지만 때로는 실패하기도 한다.
이 책은 원래 딸들이 엄마에게 하는 이야기지만 저자인 나타샤와 로이진의 엄마가 딸들에게 주는 글도 실려 있다. 오랫동안 자식들을 키워온 엄마들의 자기 고백은 아프기도 하지만 감동적이다. 엄마는 원래 딸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하지 않나.
'엄마는 나를 안다. 엄마는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나에 대한 것은 속속들이 다 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엄마는 엉망이 된 나의 전부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엄마는 내가 계속 숨기려 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사랑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구절을 처음 배우고 이해했을때 나는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본문 중) 솔빛길. 정영수 옮김.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