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 기억과 소녀상

[편집국25시] 기억과 소녀상
  • 입력 : 2015. 12.24(목) 00:00
  • 강경태 기자 ktk280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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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사람이란 우습게도 잘 잊어버린다. 어제 먹은 점심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고, 방금 하려던 일을 잊어버려 허탕도 친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기억'이란 놈을 놓치고 만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또는 어떤 계기로 깨닫지 못한다면, 다시 떠올리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올바르게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올해 하시마 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많은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하시마섬은 일본 근대화의 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앞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유산으로 교육되고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근대화라는 화려함 속에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는 사라질 뿐이다.

우리의 기억들이 힘을 잃어가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큰 화두였다. 이후 가진 외교부 국장급 협상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무산됐다. 문제는 얼마 후 일본 언론보도에서 나왔다. 일본 신문들은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아베 총리는 자신들의 만행과 우리의 아픈 기억에 대한 사과도 없이 협상의 조기타결 조건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9일 '제주, 대학생이 세우는 평화비 건립 추진위원회'가 세운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도내 모든 대학교의 학생회와 학생단체가 참여해 콘서트, 모금운동, 팔찌 판매 등으로 건립기금의 일부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는 젊은세대가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함께 나눈다는 것이 아닐까. 이들이 세운 소녀상을 통해 많은 도민들이 함께 과거를 기억했으면 한다. <강경태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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