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운의 자전거 세계여행](6)니카라과

[김수운의 자전거 세계여행](6)니카라과
언어가 낯설고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노 프라블럼!"
  • 입력 : 2015. 12.28(월) 14:15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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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2박3일을 머문 뒤 이웃국가인 니카라과로 이동합니다. 이번 여행의 일곱번째 방문 국가입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시내 전경

콘테이너를 사무실로 쓰는 니카라과 출입국사무소

벨리즈 국경을 넘을 때였습니다. 출국은 빠르게 진행되지만 입국 수속을 할 때가 힘듭니다. 벨리즈 입국사무소에 도착했더니 여직원이 입국신고서를 한장 주면서 작성해오라는 겁니다. 입국신고서를 보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온통 스페인어로 되어 있고 내용도 복잡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작성하지 못한 채 그대로 여직원에게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영어로 말했습니다.

"I don't know, I know, I love Belize.(아이 돈 노, 아이 노, 아이 러브 벨리즈/나는 모른다, 나는 안다, 나는 벨리즈를 사랑한다)"

니카라과의 레온에서 본 사자동상

니카라과의 레온 시내 모습

니카라과의 레온 게스트하우스

결국 여직원이 제 여권을 보면서 직접 기재하고 스탬프을 찍어 통과시켜주었습니다. 자기 나라를 사랑한다는 데 미워할 수는 없겠지요. 이번 방문국가인 니카라과 입국사무소에서도 ' I love Nicaragua(아이 러브 니카라과)했더니 통과했습니다. 제가 자전거 여행을 다니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어는 "노 프라블럼!(No Problem)".

니카라과의 '레온'이라는 작은 도시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벌써 이곳에 머무른 지도 3일째가 다 되어 갑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하루 1만원이면 머물수 있는 숙소지만 방에 화장실, 욕실도있습니다.

레온 게스트하우스 2층 베란다 쪽 흔들의자

크리스마스 저녁행사

게스트하우스 주인가족과 크리스마스 저녁만찬

2층 베란다 쪽으로 나오면 해머와 흔들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밖의 풍경을 보며 시원함을 느낍니다. 흔들의자에 앉아 MP3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이 여유로움, 얼마 만에 느껴보는 시간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여유로움도 없이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는 현실에서 이제 저는 도피하려 합니다. 이렇게 살아도 한 평생, 저렇게 살아도 한 평생. 이젠 욕심도 버리고 미련도 버리고 사랑도 버리고 이렇게 자유롭게 살렵니다.

제 남은 인생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좋은 곳 있으면 열흘이든 한달이든 지내다 다시 정처없이 떠나보렵니다. 제가 쉬는 곳이 집이요, 제가 먹는 빵한조각이 하루 한끼 식사일지라도 행복하다면, 그보다 좋은 삶이 어디있겠습니까. 제 남은 인생 원없이 하고싶은 것들을 후회없이 해보렵니다.

(사)환경실천연합회 제주본부장인 김수운 씨는 55년생 양띠다. 우리 나이로 환갑을 맞았다. 퇴직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그가 어느날 홀연히 자전거에 몸을 실은 채 세계여행을 떠난다. 중국 대륙을 비롯해 유럽, 남미, 동남아 등 3년째 자전거로 여행한 국가만도 벌써 38곳이 넘는다. 그러나 그는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남은 인생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그의 꿈이 됐다. 그의 목표는 150개 국가를 돌아보는 것. 그래서 그는 다시 페달을 밟았다. 지난 11월 5일 그는 새로운 자전거 여행길에 도전했다. 쿠바, 멕시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을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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