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 '마무리'가 아닌 '터닝 포인트'

[하루를 시작하며] '마무리'가 아닌 '터닝 포인트'
  • 입력 : 2015. 12.30(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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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길을 갈 수 있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경계로 나아가려면 익숙하고 낡은 것들을 가차 없이 내려놓아야 한다.' - 고미숙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中

하루도 조용할 틈 없었던 2015년이 내일이 지나면 '과거'가 된다.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공분을 샀던 어린이집 폭행사건부터 갑질논란으로 불거진 땅콩회항, 대한민국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에 국정화 교과서 등등, 유독 바람 잘 날 없었던 한 해였음은 자명한 일이다. 안팎으로 줄지어 터지는 사건사고들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져만 갔다.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는 '수저론' '헬조선'과 같은 신조어까지 생기며 꿈과 사랑은 사치가 되어갔고 중년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현재를 유지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러한 현실은 가장 행복해야할 대한민국 초등학생의 행복지수를 세계 최저로 끌어내리는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갔다. 잘 견디고 잘 버텼다. TV는 각종 연말대상 시상식으로 시끌벅적하고 경기침체 속에서도 송년회와 망년회로 바쁜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하지만 '끝'이란 말보다 '터닝 포인트'라 생각하자. 세상은 이렇게 사는 사람, 저렇게 사는 사람, 그 사람들이 한 올 한 올 모여서 짜여진 커다란 조각천과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각자 아등바등 견디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사람들이, 그런 우리가, 결국 세상의 씨실과 날실이 되는 거라고…. 그럼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의 자리에서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면 세상도 조금은 평온해지지 않을까라는 동화 같은 생각도 잠시 해본다. 어제와 별다를 것이 없는 내일이라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2016년이라도 지난 2015년을 돌아보며 스타들의 시상식이 아닌 나만의 시상식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 예기치 않았던 순간 등등 내 인생의 포토제닉을 그려보자. 후회되는 순간은 후회로 남기지 말고 반성과 다짐으로 감싸주고 기특한 일은 맘껏 칭찬해 주는 시간. 일 년이라는 강을 건넜으니 지난 뗏목은 버리고 익숙하고 낡은 것들은 추억의 서랍 속에 넣어두는 정리의 시간.

'삶과 정면으로 겨루기! 억세고 끈질기고 강하게 살기! 좀 더 뻔뻔하고 좀 더 유쾌해지기! 좀 더 끈적끈적해지고 좀 더 수다스러워지기!'- 고미숙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中

지난 역사를 들여다봐도 늘 반복이었다. 어느 시대건 위기는 있었고 나라는 늘 국난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모든 위기 또한 지나가기 마련이다. 같은 땅에 발을 딛고 있어도 사는 세상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그저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과 그로인한 절망보다는 스스로의 능동적 삶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하고 싶은 말은 수다스럽지만 강하게 이야기하기, 커다란 목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주변의 작은 것들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찾기!

추운 겨울에 난로의 작은 불씨가 더욱 따뜻하게 전해져 오듯이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움은 잔인함을 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시간들이 과거로 환원되어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발 앞으로 나가기 위해 2015년의 마지막과 2016년의 시작, 그 경계의 시간을 끝과 시작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터닝 포인트'로 가슴에 새기는 시간을 갖기를…. 이런 저런 현실적 문제들과 국운을 떠나 2016년에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작지만 견고한 힘을 지닐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윤미 서귀포시 귀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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