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이끌어온 선각자들] (1)제주농업의 선구자 강원호 옹

[제주를 이끌어온 선각자들] (1)제주농업의 선구자 강원호 옹
"FTA가 오히려 기회 될 수도… 中 13억 인구 겨냥해야"
  • 입력 : 2016. 01.01(금)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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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제주의 농업을 위해 힘써온 강원호 옹은 "중국에선 한국의 유기농산물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 FTA가 발효된 이 순간이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민기자

34살 당시 연수생으로 선발돼 선진 일본 농업기술과 처음으로 조우
1978년 한국유기농자연농업 연구회 창립 지금도 왕성한 활동 이어가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생산비·기술혁신 등 농가 스스로도 노력해야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예전과 달리 제주사회도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어왔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만큼 그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의 제주가 있기까지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제 몫을 묵묵히 해온 이들이 있다. 바로 제주의 '선각자', '선구자', '개척자'라 불리는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제주의 발전과 변화의 원동력이었던 이들이 그렸던 제주의 모습은 과연 지금의 제주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한라일보에서는 제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선각자 또는 개척자들을 만나 제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어본다.

▶한국 민간인 최초 일본 농업연수 떠나다

제주농업의 산 증인인 강원호(83) 옹. 그는 1964년, 당시 33세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파견하는 농업연수생에 선발됐다. 한국에서 민간인 최초 일본 농업연수생이라는 타이틀을 붙었다. 전국적으로 10명이 선발됐는데, 제주에서는 농업기술원에 촉탁직으로 근무하던 문수창씨와 대상자에 포함됐다.

"그때 농촌지도자 제주도연합회장을 할 때였는데, 농림부에서 제주도는 고구마가 전문이라고 해서 일본 고구마 농가에 입주시켰죠. 고구마 배우라고."

당시 제주에서도 특용작물로 고구마를 한창 할 때였다.

그는 농업연수를 통해 일본인들과 넓은 인맥을 형성했고, 이를 계기로 감귤과 키위, 단감 등 신품종 묘목을 도입하기도 했다.

중앙농민학교 농업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제주도 4-H연합회 지도위원장 10년, 제주도 농촌지도자 연합회 회장 8년,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제주도지부 지부장, 이사 등을 역임하며 제주도 농업분야에서 산 증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낙후된 농촌을 개발하기 위해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모토아래 1960년부터 4-H클럽 운동에 참여했다. 북제주군 4-H연합회 지도위원장과 제주도 4-H연합회 지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흙의 문화창조'에 공헌하기도 했다.

제주 농업의 역사이자 산 증인인 강원호 옹은 현재도 한국유기농협회 명예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에서의 농업연수생 시절과 그동안의 활약을 인정하는 대통령 표창장.

▶제주도 유기농업을 선도하다

그는 1978년 7월 28일 한국유기자연농업 연구회를 창립해 9년만인 1986년 제주도지회를 만들고 초대회장직을 역임하는 등 제주도 유기농업을 선도했다.

"일본에 농업시찰을 갔을 때였죠. 300평 비닐하우스에서 연간 1억원 이상을 수익으로 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원인이 어디있나 알아보니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화학약품을 안쓰고, 미생물제재를 이용해 유기농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자극을 받았죠. 한국으로 돌아와서 당시 농업기술자협회 총재에게 제안해 협회 내 유기자연농업연구소를 만들었고, 이후 독립법인으로 사단법인 유기자연농업연구회로 발전했죠. 중앙회 발족부터 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1986년 1월 제주도 농민교육원에서 교육받았던 150명과 함께 제주지부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유기농업협회로 본회가 명칭이 변경됐고, 그는 1994년 5월 제주도지부가 창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2011년에는 중앙회 회장을, 지난해에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한국의, 제주의 유기농업을 선도한 그는 제주에서 유기농업의 현실에 대한 고민과 기대를 함께 털어놨다.

"유기농업협회의 3대 강령이 '자연보호'와 '지력증진', '농업증산'인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자연을 보호하고 농산물을 많이 생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도내 유기농업은 한창 붐이 일다가 지금은 주춤한 상태인데, 너도나도 유기농업을 이야기하며 기술이 정립안된 농가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다 실패한 농가들이 많아요. 무조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유기농업이 아니에요. 미생물제재와 잘 발효된 퇴비는 기본이고 적절한 기술이 필요한거죠. 미숙 퇴비를 잘못쓰면 더 부작용이 크기도 해요."

▶"제주농업의 위기… 기회로 만들어야"

지난 12월 20일 한·중 FTA가 발효됐다. 신선농산물처럼 양허제외가 아닌 이상에는 즉시 철폐나 점진적인 개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양한 가공 형태로 중국산 가공농수산물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 피해는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제주 1차산업의 위기라고 한다.

그의 집 한 켠에는 FTA를 반대하는 집회 사진과 선전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또한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FTA를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면 차선책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결국은 개방화 바람을 막아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농민들이 대안을 제시했죠. 무역업을 하는 사람들은 면세통관하고 돈을 버니, 그 기업들이 얻는 이익 중 일부를 농어촌 부흥세라고 해서 기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국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키면서 1조원을 조성하겠다고 하는데 불안정한 상태죠."

그가 이야기 한 것은 그동안 한·중 FTA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 농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무역이득공유제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법제화가 어렵다는 핑계로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사업으로 변경했다.

"자발적인 기금조성은 제대로 조성되기 어렵습니다. 설사 조성된다고 해도 당장 생계가 시급한 농어민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아예 교육세처럼 목적세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그는 우리 농민들 스스로 위기를 타계하는 노력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농민들도 생산비를 절감하고, 기술혁신하면서 피해를 최소화 해야 됩니다. 특히 유기농업을 철저히 해야 돼요. 중국에는 13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있습니다. 중국에선 한국의 유기농산물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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