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제2공항 마을주민들 '소수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한라칼럼] 제2공항 마을주민들 '소수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 입력 : 2016. 01.05(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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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곳곳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구글어스(Google Earth)'라는 것이 있다. 당연히 제주도의 공간에 대한 모든 것도 이 지리정보시스템에 담겨 있다. 여기에 접속하면 제주도에는 2개의 비행장이 나타난다. 제주공항과 정석비행장이다. 정부 발표대로 2025년 표선과 성산 일원에 제2공항이 들어서면 구글어스에서 우리는 3개의 비행장을 볼 수 있게 된다. 원희룡 지사의 계획대로라면 2023년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제2공항 예정지가 발표된 며칠 후 부터 온평, 수산, 신산, 난산, 고성리 마을에는 노란색과 빨간색의 현수막과 깃발이 내걸렸다. "땅 없인 못 산다"는 호소와 "지역주민 무시하는 일방 행정"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 그 수가 잦아들긴 했지만, 제주도청이 주도하여 내건 '제2공항 건설 확정' 환영 현수막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일주도로를 따라 시작과 끝의 경계가 분명한 갑작스런 이 풍경은 해당 마을들을 자못 제주도의 고립된 '섬'으로 보이게 한다. 구글어스로는 포착할 수 없는 갈등과 반목의 경계선들이 그어지고 있는 셈이다.

제2공항 예정지 마을주민들은 구조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다. 제2공항 건설로 인해 선명한 이익을 누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도민 대다수가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2공항 주변에 땅을 사놓은 외지인들은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어렵사리 결정된 국책사업을 번복하기란 쉽지 않다. 언론이라고 해서 다수의 정서와 이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제일 염려되는 것은 다수의 이해당사자들이 마을주민들을 '소수자'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개발이나 국책사업에서 종종 보아온 풍경이다. 우리 제주에서 강정주민도 고립된 소수자였다.

제주도 발전을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정석비행장은 왜 제2공항이 될 수 없는 것인지, 예상한대로 2025년 공항이용객이 4000여만 명을 넘을 것인지, 또한 1년 365일 하루 평균 11만여 명이 제주도를 찾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결론지어 판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제2공항 건설로 인한 마을주민들의 피해가 구체적이고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도민 모두가 우선하여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으로라도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견되는 이들의 희생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마을주민들을 응원하고 때로는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고립을 막는 길이다. 더불어 제2공항 예정지 마을주민들의 이익이 곧 우리 제주도민 전체의 이익이라는 발상을 가져야 한다. 그간 우리 도민들은 외지자본이든 국내자본이든 그리고 국책사업이든 수치상 성과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그것이 우리의 경제적 이익과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소홀했다.

결국 제2공항 사업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마을주민들의 삶에서 공공의 이익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외지자본의 유입과 개발의 광풍에서 우리 도민 모두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제주에는 도민은 물론 개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 보인다. 따라서 우리 도민 모두는 자본의 흐름과 이익을 표시하는 경제지리와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심상지리의 측면에서 고립된 자와 소수자가 없는 새로운 제주지도를 그려 나가야 한다.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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