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응답하라 제주 올레

[한라칼럼]응답하라 제주 올레
  • 입력 : 2016. 01.19(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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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쌍문동 골목'으로 상징되는 사람 사이의 정과 소통을 다루면서 도시화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옛 추억의 한 자락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쌍문동 골목'은 이웃끼리 음식을 나눠 먹고, 소소한 일상을 도란거리고, 삶의 애환과 즐거움을 보듬는 살아 숨 쉬는 거리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드라마의 결말에서 그 '쌍문동 골목'은 재개발의 도도한 흐름에 쫓겨 누군가는 아파트로, 누군가는 시골로 내려가면서 해체되었다.

제주에서 '쌍문동 골목'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주 전역을 연결하는 산책로인 올레길로 인해 '올레'의 의미가 '올레길'로 인식되지만, 실제의 '올레'는 제주의 속살에 실핏줄을 이루며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좁은 골목길이다. 제주의 수많은 올레는 하나하나가 '쌍문동 골목'의 의미를 지닌다. 제주 올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문화와 정을 나누고, 보행권이 존중되는 골목이다. 그러나 제주에 휘몰아치는 대규모 개발사업 및 도시재생사업의 광풍은 온전한 의미의 올레를 해체시키고 있다.

얼마 전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이 국토교통부의 '2016년도 도시재생공모사업 근린재생형사업 부문'에 최종 선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옛 제주성지 일원 91만㎡를 대상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의 촉진사업비로 5년간 200억 원을 지원한다. 제주시 원도심은 새로운 주거단지의 형성, 기존상권 분산과 대형마트의 등장, 온라인 시장 활성화 등으로 공동화 현상과 상권침체가 가속화되는 곳이다. 제주도는 원도심 활성화 방안으로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탐라문화광장 조성 등 10여 개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도심의 침체는 지속되었고, 이는 역설적이게도 제주 올레 등 원도심 고유의 특성이 보존되는 결과를 낳았다.

도시 재생은 외형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숨결이 담겨야 한다. 낡음이 구식이 아니고, 정체가 퇴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연륜을 더하듯, 도시도 세월을 견디면서 깊이를 더한다. 지금 추진되는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는 '제주다움'을 유지할 수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제주다움은 제주 올레의 의미와 제주인의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는 곳으로 기능함을 뜻한다. 제주시 원도심은 사람과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소소한 제주다움을 회복하고, 제주의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 고유의 올레를 소환하여야 하고, 응답은 부르는 자의 노력 여하에 달린 일이다. 제주 올레의 소환은 예전 골목길의 온전한 보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편안한 보행이 가능하고, 사람 중심의 가치가 실현되는 거리의 구현을 의미한다. 제주 올레는 횡단보도의 턱을 낮추는 등 장애인을 배려하고, 보도블록과 맨홀 뚜껑 등 거리 시설물에 제주 고유의 문화를 덧입히고, 이면도로의 보행권이 존중되는 장소이어야 한다. 또한 사람 사이의 소통과 배려가 거리 곳곳에 스며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드라마의 '쌍문동 골목길'은 해체되어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되는 '응답하라 2016'의 제주 '올레'를 주인공으로서 가꿔나가야 한다. <문만석 제주미래발전포럼 실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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