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제주개발, 막장드라마를 원하는가?

[하루를 시작하며]제주개발, 막장드라마를 원하는가?
  • 입력 : 2016. 02.24(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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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외국을 다녀왔다. 한류는 태평양을 타고 남미에까지 닿아있었다. 그들은 내게 한국드라마 이야기를 종종 한다. 드라마 속 얽히고 얽히는 관계와 복수 등의 상황이 한국에서는 실제 하느냐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막장드라마를 본 듯하다. TV 속 허구일 뿐이라고 말은 했지만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최근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달랐다. 막장 드라마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반향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높은 시청률과 배우들의 상승하는 몸값에 주목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봐야할 것은 왜 사람들이 그 시절의 기억을 반추하며 그리워하는가? 이다.

응팔 폐인이 되었던 이들은 드라마가 반영되는 그 짧은 시간에 시간 여행을 하듯 과거로 되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그 시절이 과연 이상적인 사회였을까? 필자 역시 그 시절 고등학생이었다. 학교 갈 때마다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던 교복자율화세대다. 그래봐야 통 넓은 바지에 어깨 넓은 점퍼가 고작이지만 한껏 나름의 멋을 낸다. 등교는 전쟁과 같다. 이른 아침 무거운 책가방과 두 개의 점심, 저녁 도시락을 싸 들고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였다. 간혹 김칫국물이 흘러 공책이라도 적시면 시금털털한 냄새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한다. 경직된 수업과 무서운 선생님에 의한 체벌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사회는 어수선해 대학생들이 데모가 잦았다. 어른들은 쉬쉬거리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채 독재의 잔재가 남아있었지만, 정의가 무엇인지는 공감했다. 경제적 여건은 더욱 안 좋았다. 복지는커녕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조차 갖추지 못한 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우리는 이웃과 나누며 살았다. 먹을 것은 물론 남의 딱한 사정을 보면 없는 살림을 쪼개어 도왔다. 외출하며 지금처럼 문을 꽁꽁 걸어 잠그지도 않았다. 집을 비운 사이 누군가는 방금 빻아온 보리개역 한 사발을, 누군가는 제사떡을 부엌마루에 들이밀고 갈 뿐이다. 남의 것을 쉬이 탐하지도 않았고, 나만 잘살겠다고 '악악'거리지도 않았다. 아마도 우리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사람 냄새 나는 이런 정서를 되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떤가?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도, 염치도 없다. 편법은 당연하고 불법도 감행한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그렇게 못하는 이들을 무능한 사람쯤으로 폄하한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땅값이 상승하자 모두들 어리둥절하기만 한데 이런 시류를 타고 약삭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외부의 투기꾼들을 탓하지만, 기획부동산이 판을 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들의 편승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급한 물살을 타고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잠시 고삐를 늦춰 생각해보자. 과연 지금의 제주상황이 정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있는지? 과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한번 자문해 보자.

반짝 상승하는 막장드라마보다 가슴 울리는 명품드라마가 사람들 가슴에 오래 남을 것이라는 말에 누구든 공감할 것이다. 우리 제주사회 역시 값싼 개발이익에 현혹되어 일희일비하지 말고 더 멀리 내다보는 혜안으로 제주의 미래구상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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