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동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교수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동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교수
"연구 성과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것에 만족"
  • 입력 : 2016. 02.25(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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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교수는 20여년 전 한국인이 보약으로 즐겨 찾는 홍삼의 효능이 개인마다 다른 이유에 궁금증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이 분야에 몰두, 소화관 미생물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소화관 속 이로운 세균 효능 밝혀내 국민 건강 개선 이바지
홍삼 효능 개인별 다른 점에 주목… 장내 세균 역할 찾아내
유산균·발효인삼 등 건강기능식품시장 확대에 지대한 영향

최근 다양한 유산균 제재, 발효 인삼 등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호황이다. 이들 제품들은 소화관내(장내) 이로운 세균을 활성화시켜 건강을 지키는데 목표를 두고 개발됐다. 집집마다 상비약처럼 소비될 정도인데 이들 제품은 소화관 미생물(장내세균)의 생리기능을 관리하는 효능을 밝히고, 발효인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낸 제주출신 김동현 경희대학교 교수(약학대학 약학과·60)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김 교수는 20여년 전 한국인이 보약으로 즐겨 찾는 홍삼의 효능이 개인마다 다른 이유에 궁금증을 갖고 연구에 나섰다. 그리고 줄곧 이 분야에 몰두, 소화관 미생물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의 연구는 소화관 미생물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힘으로써 대규모 제약회사들의 건강기능식품 산업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장내 건강에 대해 인식을 바꾸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로 경희대학교에서는 학교를 대표하는 교수로 존경받고 있으며 국내 과학 분야에서는 대표 석학으로 입지를 단단히 구축하고 있다. 김 교수를 지난 18일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소화관 미생물에 대해 연구한 지 거의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제 연구를 바탕으로 발효인삼 시장, 유산균 관련 시장이 호황을 이루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저의 이름을 항상 기억해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연구자로서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부합니다."

김 교수는 이 분야에서만 논문 400여 건, 저서 20편을 낸 국내외 최고 권위자다. 그는 극소수의 학자만 선별해 운영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약대, 한의대, 의대 등 의약학부에서만 120명 정도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의약학부에서 제주출신은 김 교수가 유일하다. 김 교수는 경희대학교가 연구 업적 우수 교수에게 수여하는 경희펠로우상의 제1회 수상자이자 연속 3회 수상자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소화관 미생물 연구의 산업적 응용에 지대한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인삼 노벨상으로 불리는 농촌진흥청 세계인삼과학상인 '진피아상' 제1회 수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진피아상은 고려인삼 R&D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이룩한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국제 학술상이다. 당시 농촌진흥청은 그의 연구가 우리나라가 고려인삼의 종주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고 치하했다.

김 교수가 처음 소화관 미생물에 대한 연구에 나선 1980년대 중반은 장 속에는 대장균 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김 교수의 연구 뒤로 소화관에는 수천 종류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쓸데없는 오염물질이 아닌 사람의 모든 건강을 좌지우지하는 미생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인삼을 먹고서도 효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인삼의 좋은 성분을 유효 성분으로 바꿔주는 미생물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 소화관 미생물이 병원균 감염을 막고 음식물을 대사하며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찾아냈고 개인의 비만, 정신질환 등 매우 중요한 것들을 결정짓는다는 걸 밝혀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학문은 30년 전에는 아무도 하지 않던 분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제약회사가 매달릴 정도로 핫 이슈인 분야죠. 당초 미국 유학당시 공부했던 분야 연구를 우리나라에 돌아와서는 연구비 때문에 할 수 없어, 가장 한국적인 일로 세계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 이 분야에 몰입한 결과입니다. 제가 처한 입장이 힘들다고 투덜대기 보다 차선책을 마려해나간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소화관 미생물에 대한 연구 입문은 1980년대 후반 일본 유학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도교수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중금속 등 독성 물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연구 방향을 틀어 어떤 것이 인체에 좋은 물질인가에 관심을 가질 때였다. 그 역시 사람의 몸에 좋은 물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으나 일본에 이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게되면서는 전혀 다른 분야를 연구했다. 당시에 주목받고 있던 유전자 관련 연구였다. 운명이었는지 함께 유학중이던 아내의 한국행에 대한 의지 때문에 경희대학교로 부임한 그는 큰 연구비를 지원받지 않고서도 연구할 수 있는 분야였던 미생물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했던 그는 연구에 드는 비용을 자신이 월급으로 감당하기도 했다.

"만일 저에게 연구비가 많이 지원됐다면 미국에서 공부하던 분야를 계속 했을지 모릅니다. 그때만하더라도 한국에서 그런 분야를 연구하던 사람은 매우 여유가 많은 연구자였죠. 신출내기는 못하는 분야였기도 해서 미국에서 하던 연구는 과감히 접었습니다. 대신 일본에서 하던 일을 한국적으로 설계했습니다. 연구 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연구자의 길을 가기 위한 차선책이었던 것이죠. 이왕 하는 김에 연구자로서 세계 1위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성취는 최선이 아닌 차선이 만든 운명일지도 모른다. 연구자가 됐을 때도 그랬지만 대학 진학 당시 인기학과이던 공대를 지망했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로 약대로 방향을 틀었다. 자식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 약대에 입학원서를 낸 것이다.

"신입생 때 당시 대학가는 민주화 데모가 한창이었고, 경희대에도 휴교령이 내려져 신입생 신분에도 몇 달 간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휴교령이 풀려 학교에 나갔더니 다른 걸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학교에서 엄청나게 공부를 시켰습니다. 1,2 학년을 약대 공부에 빠져 지냈고, 나중에는 결국 이 분야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다행히 약사로서의 삶 대신 연구자의 길을 택한 저를 부모님이 지지해주면서 경희의료원 야간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원 과정을 밟았습니다. 야간 약국 봉급이 당시 제약회사의 두 배 좀 못미치는 수준이었기에 가능했지요."

제주를 떠나온 지 4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김 교수의 제주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귤의 효능에 대해서도 십 여 년 간 연구했다. 연구를 통해 귤 알맹이뿐만 아니라 귤의 껍질 또한 소화관 미생물의 좋은 먹이 즉 프리바이오틱스라는 것을 확인했다. 언젠가 제주에서 감귤 주스 공장을 둘러봤던 그는 주스를 내고 난 뒤 남은 찌꺼기가 활용되지 않는 점에 매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제주도가 당분이 많은 귤을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이 같은 귤의 효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산업화 해 제주의 미래 산업으로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연구 성과물을 제주도가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이며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쳤다.

"사실 지금껏 발견해낸 연구 성과를 모두 특허화했더라면 많은 수익을 얻었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 연구를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퇴임 이후에는 그동안의 제 연구 노하우를 나눠주는 재능기부를 하면서 살아갈 생각입니다. 고급 연구인력이 부족한 중소 기업에서 차비만 받고라도 연구 인력들의 실력을 끌어주는 역할도 하고 싶구요. 물론 고향 제주에서도 저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으면 언제든 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김동현 교수는?]

제주도 성산읍 난산리 출신인 김 교수는 남초등학교와 오현중학교,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고 동 대학에서 약학 석사, 도야마의과약과대학교대학원 약학 박사를 받았다. 고려인삼학회 부회장(2007~2010), 경희대 약학대학 학장(2003~2005), 전국약학대학협의회 회장(2005), 경희대 동서약학연구소 소장(2000~2001) 등을 지냈다. 2014 제17회 송음의약학상, 2013 제6회 한풍상암생약대상, 2011년 제4회 활명수약학상, 2011 진피아상, 2005년 고려인삼학회 학술상, 2004 제14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2000년 한국생약학회 우수논문상, 1977년 대한약학회 연구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유산균이 내 몸을 살린다', '이기는 힘 인삼', '장이 살아야 내가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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