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도 넒은 뜻에서 성병 포함자궁경부암 원인 HPV는 성관계로 전염여성 골반염 대표적 원인균도 얽혀있어
성(性)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큰 축복이다. 맛있는 진수성찬을 두고도 병(病)으로 인해 먹지 못하거나 맛조차 느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듯 성욕도 일상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주는 신의 큰 선물이다.
그런데 정말 기쁨만 주고 아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것일까? 3500년전 파피루스의 기록에도 질내에 4가지 물질을 넣어 임신을 피하고자 했다는 글이 발견된다. 인간은 임신이라는 책임 없는 기쁨을 추구했지만 주홍글씨라는 소설에서처럼 성관계는 임신이라는 분명한 책임을 동반했다. 그런데 1960년 경구 피임약의 미국FDA승인 이후부터 효과적이고 큰 부작용이 없는 피임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돼 성적기쁨은 누리되 임신의 부담은 지지 않는 선조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한 시대를 살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였고, 도덕선생들의 이야기는 점차 우리 귀에서 멀어져가게 됐다. 이후 1980년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AIDS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 발견됐고, 당시 치료가 불가능했으며 현재도 치료가 쉽지 않은 이 질병이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는 발표가 있은 이후 성(性)이란 책임 없이 즐기기만 할 수 있는 가벼운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성엽 교수가 전하는 성(性)에 대한 설명이다. 김 교수의 협조를 통해 성병과 여성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우리나라 여대생의 20%가 성병에 감염되어 있다",
"문제가 없는 부부에서 부인이 냉이 많아져 산부인과에 갔더니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감염되어 있고 이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질환이라 남편도 치료를 받아야한다'"등의 언론보도나 이야기들이 세간에 화제가 됐었다. 더불어 병원 산부인과 주변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신뢰가 돈독한 부부라도 상대를 의심하며 부부싸움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문의들은 전한다.
김성엽 교수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의학적으로 넓은 의미의 성병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모든 병을 의미한다. 요즘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데 이것도 성관계를 통해 전염이 가능하다니 넓은 의미의 성병에 포함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4일 성접촉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막기 위해 기존보다 강화된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가임 여성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에서 귀국 후 최소 2개월간 임신을 연기해야 한다. 기존 권고안의 '귀국 후 1개월' 보다 1개월 확대됐다. 남성의 경우 배우자 등이 임신 중일때 성관계를 하지 않는 금욕 생활을 하거나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토록 했다. 임신 상태가 아니라도 최소 2개월간 금욕 또는 콘돔 사용을 권고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이라면 회복 후 최소 6개월 동안 금욕 또는 콘돔 사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성병이나 다름없다.
청소년 성병감염률이 높게 보고되는 것도 대부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며, 성관계를 통해 전염될 수도 있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할 때 좁은 의미의 성병을 주로 성병으로 취급한다. 즉 매독이나 임질 클라미디아감염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도 오해가 존재한다. 반대로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감염이 목욕탕이나 변기를 통해 감염 됐으리라 더러 안심시키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고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이런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확실한 치료와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매독의 기원에 대해서 몇 가지 학설이 있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에 매독이 유행했기에 신대륙에서 건너온 것으로 이야기 되기도 하는데, 1940년대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매독은 현재의 AIDS만큼이나 치명적이어서 유럽 상류사회에선 눈이 멀고 코가 문드러지는 어쩌면 천형(天刑)에 가까운 질병이었다. 그러나 요즘 매독을 치료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드물고 AIDS가 무서운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통계로 유병률이 0.1%정도이니 성병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조금이라도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궁경부암이란 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자궁경부암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생기고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은 무분별한 성관계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여서 성관계에 분명한 책임이 따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리코모나스 감염증의 원인인 트리코모나스균은 편모충류에 속하며 4~6개의 편모를 세포의 끝부분에 가진다. 숙주는 사람이고, 기생부위는 여성의 질, 남성의 전립선, 요도이다.
그렇다고 모든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서만 전염돼 자궁경부암환자는 모두 성관계를 통해 전염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넓은 의미의 성병에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마치 간염환자와 성관계를 통해 걸렸다고 지레짐작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울러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당부하는 얘기가 있다. 골반염 특히 젊은 여성의 골반염에 관한 내용이다.
골반염의 대표적인 원인균이 임질균과 클라미디아로 불리는 비임균성 요도염균이다. 여성의 몸은 대단히 정교하게 창조돼 있어 나팔관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면 나팔관내에 미세한 솔들이 있어 마치 운동회때 공굴리기 하듯이 이 솔들이 수정란을 자궁내로 굴려 넣게 돼 있다. 그렇지만 이들 균에 감염되면 이 솔들이 파괴돼 이런 기능이 불가능해지고 심하면 염증으로 관이 막혀 마치 영구불임수술을 받은 상태처럼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균에 의한 감염은 양측성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감염으로 불임이 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남자는 후유 장애가 비교적 여자보단 덜한 편이지만 여성은 남성에 비해 증상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아 오히려 병을 퍼트리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누가 더 낫다고 할 수도 없다. 김성엽 교수는 "성적 개방의 시대라고도 말하기도 하고 이젠 임신과 성병의 굴레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 것처럼 자신하고들 있지만 인류는 아직 한 번도 성병에서 완전히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