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백수여 비상하라

[하루를 시작하며]백수여 비상하라
  • 입력 : 2016. 03.09(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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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만의 제주추위도 물러가고 이제 봄이 됐다. 그렇지만 지금 마음 한구석이 썰렁한 사람들이 있다. 백수건달을 말함이다. 졸업과 함께 원하는 직장에 취업을 해서 장밋빛 꿈을 키워갈 직장의 새내기들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백수건달은 절망이 아니라 새로 떠오르길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졸업은 항상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그래서 백수는 남아있는 희망을 붙잡으면 된다.

글쓴이도 이제 65세, 대학을 졸업한 지 수십 년을 보냈다. 새옹지마란 중국고사가 있듯이 참으로 생각을 못 했던 일로 여러 번 직업을 바꾸었다.

5남매의 장남이었으니 결혼이 화급했고 어려운 줄 알면서 택한 것이 보험회사였다. 불과 4개월 근무로 끝냈다.

지금껏 밥 먹는 방법을 여러 이유로 본의 아니게 네 번이나 바꿨다. 전공이나 적성도 따질 것이 못 됐다.

두 번째 직업은 KBS 제주라디오 방송 스크립터 10개월. '한낮의 휴게실' '오늘을 생각한다' 두 프로의 방송 원고를 2000장쯤 써서 밥을 먹었는데, 이때가 가장 힘들기도 했고 보람도 있었다.

다음이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좋은 기회였는데 괴팍한 상사 밑에서 3년간을 시달린 결과는 우울증을 불러와서 10년 만에 공직을 그만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울증은 쉽게 낫는 병이 아니어서 눈물로 사직서를 썼다.

이후 감귤농사를 10년간 했다. 나처럼 잘나지 못한 사람에게도 언제나 길은 있었듯이, 오늘 백수여서 낙심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찾으면 길이 있음을 보여 주려고 함이다.

고교 졸업자가 83%에 달하니, 대졸자가 차고도 넘친다. 당연히 대졸 취업률이 하향곡선을 그린다. 정규직 취업률만 따지면 거의 반이 백수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대학과 전문고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는 청년이 60만 명이다. 그럼에도 겨우 30만 개의 일자리만 제공된다. 현재 85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와 지금은 쉬고 있지만 일자리가 생기면 언제든 취업하려는 200만 가량의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합치면 300만 명의 산업 예비군이 해소되어야 한다. 앞으로 10~20년 사이에는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수들이여, 시작이 반은커녕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것은 옛말이다. 지금은 3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때이다. 겉은 유머이지만 속 깊은 뜻이 있다.

인생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에서 완주하려면 많아지는 암초를 넘어서야 한다.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백수 탈출에 성공하길 바라면서,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신화를 마련하여 성공인의 대열에 서시라.

단번에 원하는 직장을 얻기보다는 백수를 거치면서 취업대열에 서는 것도 영광이 아닐까 싶다. 경기 부진이 오래 계속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성공인이 바로 나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백수탈출은 나의 보람이 된다.

끝으로 의미 있는 암시를 주는 글 하나를 소개한다.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도도새가 살았다. 이 새는 1681년에 멸종됐다. 생물학자들은 도도새의 멸종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유순했다, 둘째 적이 없었다, 셋째 날지 못했다. <오태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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