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절망 벗고 깨어나기 위한 자기 고백

[책세상]절망 벗고 깨어나기 위한 자기 고백
김광렬 시인, 다섯번째 시집 '모래 마을에서' 출간
  • 입력 : 2016. 03.18(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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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글로/저민 삶을 응축시킨 사람은/행복하다//한 줄의 글에서/저 심연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더 행복하다//한 줄의 글로/나는/울고 웃고 다시 운다//사람들이여/울고 웃고 다시 울다/한 줄의 글이 되어라'('한 줄의 글로')

제주출신 시인 김광렬 씨가 다섯번째 시집 '모래 마을에서'를 출간했다. 시집은 모두 6부로 구성됐다. 시편들은 거칠고 메마른 세계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시어는 들길에 핀 외로운 꽃한송이에서 화사한 기화요초에 이르기까지, 어두침침한 그늘에서 부드러운 햇살이 온몸을 휘감는 양지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곳에는 삶의 쓸쓸함과 아픔과 분노와 기쁨이 점철되어 있다.

그가 왜 시를 쓰는지에 대한 자기고백은 작품 '쓴다, 나는'에 들어있다. '시를 안 쓰면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것 같아서, 사랑이 떠나버릴 것 같아서, 눈물이 메말라버릴 것 같아서,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누가 뭐라 해도 쓴다'고 다짐하듯 이야기한다.

시인은 "오고 가고 멈춰 있는 것들이 다 높고 낮은 삶의 행위요, 이야기들"이라고 말한다. 또 "그 삶의 편린들을 쓰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더불어 미래다. 이 시집이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면 자그마한 위안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맹문재 시인은 "김광렬의 시들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은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는 들판이거나 비바람이 거센 모래마을이거나 사나운 유배지 북촌이거나, 강정마을이거나 기억이 두려운 4·3 유적, 서대문형무소 등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맞닥뜨린 상황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운명처럼 껴안고 뿌리를 내린다"고 평한다.

1954년 제주 신산에서 태어난 시인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1988년 '창작과 비평' 북간호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가을의 시' '희미한 등불만 있으면 좋으리' '풀잎들의 부리' '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등이 있다. 푸른사상.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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