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3) 한림읍 정착주민협의회

[제주愛 빠지다](3) 한림읍 정착주민협의회
재능기부로 함께하는 공동체 만들기
  • 입력 : 2016. 04.15(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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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항에 조성된 '카페 비양'
여행안내소·주민사랑방 역할
향수 젖는 외국인 선원 위해
힘 모아 음식나눔잔치 열어


제주시 한림읍엔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공간이 있다. 한림항 도선대합실 2층에 있는 '카페 비양'이다. 제주 올레꾼이 잠시 머물다 가면 이내 마을 주민들이 모여든다.

카페 비양은 지역주민과 정착주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이들이 함께 고민해 만든 장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림읍주민자치위원회의 특화 사업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지만 운영은 한림읍정착주민지원협의회(회장 고청일)가 맡고 있다.

"카페 비양의 문을 열 때 주민자치위원회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오전에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안내하고, 오후에는 한림읍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운영하자고요. 정착주민지원협의회 사무실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착주민들도 누구나 편히 들러 대화하는 공간이 되고 있지요." 고청일 회장이 말했다.

카페 비양에선 지난해 추석 특별한 잔치가 벌어졌다. 명절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일하는 선원들을 위한 '음식나눔잔치'였다. 지역주민과 정착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한 사람이 1~2개씩 준비한 음식이 모이니 외국인 선원 150여명과 나눌 수 있는 양이 됐다.

고 회장은 "명절에는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 선원들이 빵과 음료로 식사를 대신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이에 정착주민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음식나눔잔치를 마련했다. 한림 마을공동체가 다문화 공동체로서 화합한 날"이라고 말했다.

카페 비양을 중심으로 한림읍정착주민지원협의회 회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역주민과 어우러지고 있다. 한림읍 귀덕리에 있는 한수풀 해녀학교의 운영 사무장인 최상훈 회원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2014년 제주에 정착한 그는 해녀학교 7기로 졸업한 뒤 이듬해부터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해남(海男)이 될 수 있겠거니' 하고 찾은 해녀학교에서 지역 문화를 배우고 제주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최 사무장은 "해녀학교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해녀, 해남이 되려고 하거나 제주에 정착하려는 분들이 있다"며 "이들보다 먼저 제주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현실적인 조언을 하며 관련 안내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나머지 정착주민들도 서로의 재능을 기부하며 지역주민과 교류하고 있다. 자신의 제빵 기술을 주민들에게 전해주거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진행한다. 서로 간의 안 보이는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카페 비양에선 지난 18일부터 매주 금요일 기타를 배우려는 주민들이 모여든다. 이들이 기타 연습에 나선 데도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뜻이 담겼다.

고 회장은 "한림읍 지역주민과 정착주민, 그리고 한경면 주민까지 포함해 기타 동아리를 구성했다"며 "기타 합주가 능숙해 지면 다 함께 자원봉사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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