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세계농업유산 2주년 ‘제주밭담’ 무엇을 할 것인가](1)프롤로그

[창간27주년][세계농업유산 2주년 ‘제주밭담’ 무엇을 할 것인가](1)프롤로그
제주미래 견인할 핵심자산…"농민의 삶 향상시켜야"
  • 입력 : 2016. 04.22(금)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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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밭담은 1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동안 제주선인들의 노력에 의해 한땀 한땀 쌓아올려진 농업유산으로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총 길이는 표본 조사를 추정한 결과 2만2000㎞ 내외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구좌읍 하도리 밭담. 강경민기자

강성기 교사, 밭담 국내 첫 박사학위
존재형태·훼손사례·농가인식 등 규명
정부 지역발전위 6차산업화사업 선정
경제공동체 육성·주민소득 증대 과제

2014년 4월 1일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는 제주밭담을 세계중요농업유산의 반열에 올렸다. 정확히는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이다. 제주밭담은 제주농업의 역사이자 농업인들의 지혜이며, 농촌지역 공동체 요람으로 평가받는다. 제주미래를 견인할 주요 자산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검은 현무암 돌담 사이로 노란 유채꽃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강경민기자

제주밭담은 1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동안 제주선인들의 노력에 의해 한 땀 한 땀 쌓아올려진 농업유산이다. 농토의 경계유지는 물론 토양유실을 방지하고 바람을 걸러 농작물을 보호하는 한편 마소의 농경지 침입을 막는 등 제주농업인들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자원이다. 그 길이는 표본 조사 추정한 결과 2만2000㎞ 내외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밭담 전문가 강성기(신광초) 교사가 최근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주밭담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제주밭담을 주제로 한 학술지 발표 사례는 다수 있으나 박사학위 논문은 제주는 물론 국내 처음이다. 주제는 '제주도 농업환경에 따른 밭담의 존재형태와 농가인식에 대한 연구'다. 한경면 고산리와 구좌읍 하도리, 남원읍 위미리를 중심으로 1940년대 이후의 농업환경에 따른 밭담의 존재형태와 이에 대한 농가인식을 규명하고자 했다.

강 박사는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것은 밭담이 지역적 특색을 갖는 농업유산으로서 화산섬이라는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며 오랜 기간 농업을 유지시켜 온 가치가 인정된 셈이다. 제주도민에게 있어 그동안 자신의 주변에 항상 존재해왔던 일상적인 경관이 소중하고 보전해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을 자리잡게 한 계기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밭담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는 달리 제거와 축조,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의 변화와 함께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이전보다 급속하게 변하고 있으나 이에 관련한 실태파악이나 원인분석, 농가의 인식 파악 등은 매우 미흡하다. 강 박사는 "이는 기존의 밭담에 대한 연구가 주로 다양한 가치, 문화경관, 농촌경관, 농업유산으로서의 활용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제주도 밭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점들을 다루지 않고 진행돼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박사는 농업환경에 따른 밭담의 존재형태를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으로 구분해 살폈다. 또 농가인식에서는 필요·불필요 요인과 함께 그에 대한 인식변화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논문은 밭담이 실질적으로 제주도 농업과 관련해 존재형태와 이에 대한 농가 인식의 지역별 차이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지역별 밭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지방정부에서는 밭담과 관련된 정책을 펼침에 있어 반드시 농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실질적으로 농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계농업유산 등재 2주년을 맞은 제주밭담은 국가 지역발전위원회로부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브랜드 개발에도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제주도는 '제주밭담 6차 산업화' 추진으로 제주밭담을 매개로 한 경제공동체 육성기반과 주민소득 증대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한라일보는 올해 등재 2주년을 맞아 제주밭담에 대한 담론과 브랜드 활용 전략 등을 기획 연재한다.

강시영 선임기자

[전문가 리포트/강승진 박사·제주도농어업유산위원장]제주밭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

제주밭담은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어업유산에 지정된 데 이어 이듬해 4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었다. 제주밭담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제주의 인문자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 할 수 있다. 제주밭담은 제주인의 삶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강인한 도전정신 등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하겠다. 돌밭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일구어 지금의 제주농업을 일으켜 세운 손길이 제주밭담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것이다.

제주밭담이 국가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2013년부터 3년 동안 보전·관리 및 활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었다. 특히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제주밭담축제 개최, 제주밭담테마파크 조성, 흑룡만리 제주밭담길 조성, 제주밭담 아카데미 운영, 제주밭담장인 발굴 등 다양한 사업이 이미 완료되었거나 추진중이다.

제주밭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후속사업도 준비되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 행복생활권사업 일환으로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이 선정되어 올해부터 3년 동안 약 40억 원을 지원받아 추진하게 된다. 이 사업은 기반구축사업과 개발운영사업으로 나누어, 기반구축사업에는 제주밭담 6차브랜드상품 개발 및 memento 개발지원, 제주밭담 shop 조성, 6차산업화조직체 구성, 제주밭담 Value-up Academy 운영 등이 추진된다. 개발운영사업에는 제주밭담 자연치유·건강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건강모니터링 및 매뉴얼 개발, 자연치유행복관 조성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이 사업은 제주밭담이 두르고 있는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고부가가치화 하고 이 사업을 농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추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의 기반을 닦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농업인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연치유 및 건강 프로그램을 제주밭담이라는 테마를 활용하여 운영함으로써 밭담의 새로운 측면을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통해 제주밭담의 가치 제고는 물론, 제주밭담의 지속가능한 보전·관리 및 활용 체계가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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