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할 제주, 예술로 한단계 높여야"
  • 입력 : 2016. 04.28(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김형수 원장은 2009년 서울빛축제와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덕수궁 석조전 미디어 파사드의 예술감독을 맡아 국내 미디어아트의 새 지평을 열었다. 부미현기자

한예종서 국내 최초 디지털멀티미디어 과정 운영
미디어아트 다수 수행… 국내 최고로 인정받아
"친숙한 미디어아트 활용 관광콘텐츠 개발 필요"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연령대나 스마트 폰을 다룰 줄 알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붓과 캔퍼스가 아닌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융합미디어 기술을 창작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장르)가 국내외를 불문하고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 세계적 예술가의 반열에 제주출신 작가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제주 출신 김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원장(57·미디어아트 및 영상예술학박사과정 교수)이다.

김 원장은 국내 새로운 미디어 아트의 지평을 연 2009년 서울빛축제,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덕수궁 석조전 미디어 파사드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다. 그는 70년 역사의 세계 최고 공연축제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비주얼아트 분야에 고 백남준과 함께 초청된 바 있다.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그는 제주가 보다 격 있는 관광콘텐츠로 세계적 관광지가 되길 바란다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관광콘텐츠 개발을 제안했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을 지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콘텐츠가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이 바로 제주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 할 수 있느냐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 제주는 소박한 자연이 자랑거리이나 전 세계적으로 자연 관광지로 사랑받는 곳은 무수히 많아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자연을 잘 관리하면서 동시에 전략적으로 제주를 잘 포장해서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한데 바로 미디어아트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연산 회를 산지에서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과 서울의 고급 일식집에서 단 몇 점에 고가로 팔리는 것을 관광분야에 비유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술도 도구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제주도가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예술창작지원금을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제주도의 콘텐츠를 문화프로그램으로 만드는데 예술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총괄 디렉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을 활용해 제주관광의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은 물론 제주도가 폐쇄성을 극복하고 다양한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있어 제주지역 예술인, 제주연고 도외 예술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전문가 그룹이 경계 없이 만나서 제주도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프로그램화하는 일과, 관련 사업에 협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문화예술 관련 사업에서는 지자체가 입찰을 통해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는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그가 경험해온 바다.

김형수 원장이 예술감독을 맡은 미디어 퍼포먼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한 장면.

"제주의 관광콘텐츠에 문화예술을 잘 접목한다면 청정 자연에 문화를 더한 섬이 될 것입니다. 특히 대중에게 몰입감과 흥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 미디어아트는 더 좋은 접근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기반 예술보다 디지털 미디어 예술은 전 세대에게 좀 더 친숙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미디어아트에 담긴 내용은 제주 작가들의 순수예술 작품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 기술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매력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전시를 통해 바꿔가면서 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주에서는 문화예술 관광콘텐츠에 대한 비전은 제시된 적이 없다. 김 교수는 그런 움직임이 시작된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포부는 국내 여러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 그가 보여준 기획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김 원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개원 당시 영상디자인과 학과장을 맡아 국내 최초로 디지털멀티미디어 대학교육과정을 운영했고, 연세대 영상대학원(현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을 개원하면서 국내 최초로 미디어아트 교육과정을 개설,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티스트, 기획자들을 배출했다. 또한 작가와 교수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 공연 또는 프로그램의 기획자, 예술감독 등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중들에게 미디어아트를 널리 각인시킨 미디어파사드(건물의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것) 분야에서도 그는 한국 최고 예술가로 손꼽힌다. 그는 2009년 서울빛축제 총감독에 이어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 기념 덕수궁 석조전 미디어 파사드 예술감독, 2016년 궁중축전 미디어 파사드 예술감독을 맡았다. 덕수궁 미디어파사드의 경우 당시 중국인 관광객 3000명 이상 끌어들이는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2007년 광화문 광장 조성 직전 KT 빌딩 벽면에 최초로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여 이슈가 됐습니다. 당시엔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어서 혹시나 프로젝션 영상이 실패해 망신을 사는 것 아닌가 걱정도 많았습니다.(웃음) 하지만 큰 이슈가 되었고 이후 정부와 서울시도 미디어 파사드에 관심을 보여 여러 유사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표적 장소에서도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새로운 관광객 유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실정입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야시장을 가거나, 야간 쇼핑을 하는 것과는 격이 다른 관광 프로그램으로 인식됩니다. 제주도도 자연경관을 활용해 미디어파사드를 연출해 볼만 합니다."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삶의 대부분을 육지에서 살아온 그에게 제주는 어머니의 고향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제주의 현안들에 대해 그를 항상 신경 쓰이게 하는 건 그가 제주인의 피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제주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제주의 탑동 바닷가, 함덕과 협재 해변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했다. 제주시 이도일동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유년시절을 육지에서 살았던 그는 외가가 있는 제주를 찾을 때마다 바다로 갔다. 바다는 그를 위로했고, 어머니는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1970년대 제주에서 호텔, 80년대엔 제조업체를 경영했던 월정리 출신 강경림(86)씨가 그의 어머니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사업가로서도 승승장구한 대장부 같은 어머니다. 그가 사진을 찍는 것에 흥미를 느끼자 당시 고가의 장비들을 지원하며 아들의 홀로서기를 응원했다.

"다리가 불편하면 집안에만 있게 되는데 제가 초등학교 때 전문가용 카메라로 사진찍기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적극 지원해주셨습니다. 유년시절 사진관 아저씨를 따라 웨딩촬영 보조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시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죠. 결국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멀티슬라이드 프로젝션 기술, 컴퓨터그래픽스 등을 배우고, 다양한 영상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결국 국내 미디어아트의 선구자가 되어 돌아왔다. 1993년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디지털사진 전시인 '미국낙서'를 인사동 금호갤러리에서 개인전으로 초청 전시했고, 이후 199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교수로 특채, 2000년 연세대 교수로 특채 임용, 이제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불편한 몸으로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아들을 걱정했던 어머니에게 이제야 조금은 효도를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제주에서 일어난 일들에 항상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제주가 제 반쪽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제주에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늘어야 삶의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다른 농촌 지역은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아무리 아름다운 집이라도 황폐화 되듯이 그런 면에서 제주도는 앞으로가 더 기대할 만 합니다."

[김형수 원장은?]

김형수 원장은 제주시 이도일동 출신으로 미국 부룩스(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에서 수학하고,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예술학사 및 예술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원장,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미디어아트&디자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 최초로 미디어아트 전시와 미디어 파사드를 운영한 빛축제인 2009년 서울빛축제 총감독,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미디어디자인감독, 2013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초청작가, 2014년 미국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레드캣(REDCAT)초청 미디어 퍼포먼스 '마담 프리덤'의 예술감독, 2015년 광복70주년 기념 미디어 파사드 '덕수궁 석조전 빛의 옷을 입다' 예술감독, 2016년 경복궁 궁중축전 미디어 파사드 '흥례문, 빛을 발하다'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1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